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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보급판) - 사기 130권을 관통하는 인간통찰 15
김영수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도 블록버스터급이 있다면, 이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블록버스터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양장본에다 700쪽에 달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재미는 물론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책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는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까지, 여러 요소가 골고루 갖춰진 그런 책이기에... 지난해였던가 같은 글쓴이의 [난세에 답하다]를 읽으면서 "김영수"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예전에 역사공부를 하려면 [사기]를 읽어봐야 한다기에 무작정 펼쳐든 [사기]열전 번역본은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사기]의 저자 사마천에 대해서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사기]가 씌여진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런 책도 있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에서 [사기]를 읽다말다 그렇게 내버려뒀었는데, [난세에 답하다]를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발견했달까...[난세에 답하다]를 읽고 나서는 [사기]를 일부러 찾아서 몇 권 읽어봤는데, 예전보다 훨씬 잘 읽혔다.
"국내에서 사마천과 [사기]를 연구하는 학자는 한 손의 손가락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로 빈약하다."(책앞날개)고 한다. 그렇구나. 내가 그간 읽었던 [사기]는 단순히 번역본이었기 때문에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글쓴이는 본론에 앞서 "머리말"인 "[사기]와 인간"을 통해 "[삼국지] 백 번 읽는 것보다 [사기] 한 번 읽는 것이 낫다"(p5)고 말한다. 한번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삼국지].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는 정통 역사서가 아닌 역사소설일 뿐이며, 다루고 있는 시기도 [사기]의 3000년에 비해 50년 정도로 [사기]와는 비교조차 될 수 없다는 것. 글쓴이는 "[사기]와 사마천을 왜 읽고 알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10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고, 이어지는 본문은 그에 대한 대답이리라...
전체 15개의 장으로, 각 장마다 4-5정도의 소주제를 살펴보면서 [사기]와 사마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이다. (이 책은 글쓴이의 [사기의 인간경영법] 개정판이기도 하지만, 이전의 책에다 상당부분을 보충한 책이기도 하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의 분량은 700쪽에 가깝다. 사실 책을 펴들면서 '이걸 언제 다 읽나?'하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러나 끝까지 읽으면서 "지겹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 했던, 재미있는 책이기도 했다. 그 "재미"의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글쓴이가 직접 답사하고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관련 사진들은 현장감을 느끼게 했고, 소주제의 끄트머리에 "[사기] 소리"라는 코너를 통해 본문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어 내용과 주제 파악에 도움이 된 것 등을 큰 이유로 들 수 있겠다.
글쓴이를 통해 본 사마천과 [사기]는 "위대하다"는 말이 "넘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위대했다." 2000년전에 이런 글이 씌여졌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이고, [사기]를 쓰기 위해 엄청난 굴욕을 감내해야했던 사마천이란 인물 역시도 놀라움을 안겨 주기는 마찬가지다.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통해("전설시대의 삼황오제는 그만두고라도 하나라로부터 한나라에 이르기까지 약 90명의 천자와 400여 명의 제후가 등장하고 있으며, 유명 인물들은 그 수를 헤아기리 힘들 정도다."(p524)),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답해보는 것, 의미있는 일이리라. 특히 이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에서는 사마천의 세상을 보는 눈 뿐만 아니라, 글쓴이 김영수 교수의 세상을 보는 방법과 문제의식까지 함께 결합되어 더욱 많은 생각할꺼리를 안겨주고 있다. 또한 [사기] 원문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과 그와 관련한 고사성어를 통해 역사적 지식을 넓히는 것은 더할나위없는 흥미로움이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다소 엉뚱한 "안타까움"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게 멋진 글을 쓴 사마천이 좀 더 후대에 태어났더라면, 그의 눈을 빌려서 볼 수 있는 역사가 더 많을텐데 하는 것.. 곁에 두고 여러번 펴 보면 더 괜찮을 것 같다. [사기]를 읽는 방법을, 세상사를 이해하는 방법을, 사람 사이의 관계 맺는 방법을,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