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온 친구 세용그림동화 5
에런 블레이비 글.그림, 김현좌 옮김 / 세용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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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그림책에서는 "전학"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궁금했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던 날, 그러니까 3학년의 첫날 시골학교에서 도시학교로 전학을 갔다. 두 학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같은 행정 구역 내의 "군"과 "시"였다. 내겐 그 "전학"의 경험이 이후의 학교 생활과 교우관계, 부모님과의 관계까지, 아주 많은 걸 바꿔버렸던, 무척 큰 사건이었다.  학년당 겨우 2학급이 전부였던, 그나마도 전부다 이웃집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던 시골학교에서 지냈던 내게, 학년당 9학급이상인, 규모로 따지자면 5-6배나 되는 큰 학교는 그만큼 큰 압박이기도 부담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골 아이들보다 훨씬 더 영악해 보이는 도시 아이들 틈에서 기가 많이 죽기도 했었다. 여러모로 열등감을 많이 느껴야했었고, 초등학교 3학년 아직 어린 아이가 감당해내기엔 다소 어려운 문화적 차이 같은 것도 느껴야했던 것 같다. 굳이 나를 도시 학교로 전학보내셨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컸었고..

 

  그렇게 내게, '전학'이란 경험은 결코 유쾌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전학 온 친구]라는 제목의 이 그림책에서는 "전학"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가... 그림책 속의 주인공 " 선데이 처트니"는 예쁘장한 여자아이. 아빠의 직업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았다는 녀석.. 이 부분에서도 나는 또 녀석과 내 경험을 비교해보게 된다. 만약 내가 한국 땅에서 전학을 했던 경험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학교를 옮겼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앞서 열거했던 유쾌하지 못함이 더 크게 도드라졌을까 혹은 확연히 다른 문화에의 적응이 유쾌했을까.. 책의 주인공 처트니에게는 다행히도 전학이라는 것이 그닥 나쁘지 않은 경험인 듯 하다. 즐거워 보인다. "모두들 전학생은 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하지만 그걸 신경쓰지 않는다는 아이.. 온갖 취미를 가지고 있고 상상 속의 친구들도 있어서 유쾌하게 지낼 수 있다는 아이... 하지만 그렇게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처트니의 유일한 소원은 '늘 같은 집에서 사는" 것.. 그러니까 밝은 척하지만 처트니 역시도 전학이 결코 즐거운 경험만은 아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학"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감수성이 특히나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교우관계 면에서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잦은 환경의 변화는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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