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
호머 헐버트 지음, 마도경.문희경 옮김 / 리베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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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렇게 멋진 사람이 다 있지!!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권을 읽고 난 내게 남는 건 커다란 느낌표 하나다.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기에, 575쪽이라는 꽤나 많은 분량임에도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책,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느껴지는 이 뿌듯함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호머 헐버트"라는 사람을 아는가? 이 책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는 그가 쓴 [한국사(The History of Korea)]의 번역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인 1905년에 씌여진 책이라는데 그 번역본이 처음으로 나온 모양이다. "우리 학계는 이 책의 역사적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니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 이유에는 [한국사]가 영문으로 되어 있고 1000쪽이 넘는 대작이라서 한글로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1차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p6) 몰랐었다. 육영공원의 교사로 초빙되어 우리 나라에 처음 발을 디뎠다는 이 이방인의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다. 을사조약 이후 고종에게 헤이그 특사 파견을 요청했던 인물이기도 하고, 우리 나라를 무척 사랑했으며, 한국의 독립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나는 웨스터 민스터 성당보다도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는 묘비명이 그의 묘에 서 있으며, 광복 후 정부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왔다가 병사했고, 그래서 양화진 외국인 묘에 묻혔다는 이야기 정도..  그나마 그런 단편적인 지식들도 얼마전에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주워들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가 우리 나라의 역사를 글로 썼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었다. "내한 초기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말과 글을 우리 한국인들처럼 구사했을 뿐 아니라,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에 매료되어 그 스스로 한글학자가 되었다."(p4)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정말, 뭐 이렇게 멋진 사람이 다 있담!!  그가 이야기하는 [한국사]가 무척 드라마틱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호머 헐버트"라는 사람이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생을 살다가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권에서는 고조선에서 임진왜란 시기까지의 역사를 크게 6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한글판 번역본의 제목을 "- 드라마가 되다"로 한 이유는 아마도,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의 역사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면이 있기 때문이리라...이 책은 우리에겐 이미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의 역사를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그런 기회를 주는 책이랄까.. 이야기의 서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 옛날 이야기를 듣듯 그렇게 물 흘러가듯 고대사로부터 조선 중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 역사이야기니만큼 그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내용보다도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1905년 당시, 친한파였던 미국인에겐 우리 역사가 어떻게 보였을까 하는 관점의 문제이리라... 놀라운 것은, 미국인인 그가 어떻게 한국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으며 이렇게 상세히 글로 풀어냈을까 하는 점이다. 이 땅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글 곳곳에서 글쓴이의 생각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예를 들자면 우리 역사교과서에서는 고려말의 개혁군주로 다루고 있는 공민왕과 신돈에 대해서 글쓴이는 매우 부정적이다. "공민왕 스스로 왕조가 뒤엎어질 날을 앞당겼다."(p390)거나 "약삭빠른 신돈은 대궐로 돌아왔고 이때부터 왕을 손아귀에 쥐고 마음대로 흔들었다."(p378)는 등의 표현을 보자면... 글쓴이가 참조할 수 있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 역사인식이리라. 그에 반해 이성계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측면의 서술이 많다. "그러나 조선왕조를 건국한 이성계의 훌륭한 업적을 찬양하는 기록은 새 왕조의 영웅 만들기의 방편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이성계에 관한 기록은 반드시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한다."(p405)는 조언을 곁들일만큼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서술하듯이 조선이 그렇게 무기력하기만 한 민족은 아니었다."(p559)는 등의 기술을 통해 그는 이 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100여년 전의 미국인이 이미 알았던 "우리의" 역사를 내가 모르고 있는 것들이 많아 부끄러웠고, 이 땅을 그렇게나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방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그리고 이렇게 귀한 자료가 100여년이나 묻혀 있었다는 것은 안타깝기도 했다. 처음에 적지않은 분량 때문에 읽기가 망설여졌지만, 지금은 2권도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물론 헐버트라는 글쓴이에 대해서도 좀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결심도 함께다. "글"도 "글쓴이"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책. 정말 한편의 드라마 같은 책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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