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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 - 김유신과 김춘추에서 김대중과 김영삼까지 ㅣ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시리즈 1
함규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의 책을 한 권 읽었다. 표지가 특이하다. 반쪽은 문관, 반쪽은 아마도 무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리라.. "김유신과 김춘추에서 김대중과 김영삼까지", 글쓴이가 본 한국사의 걸출한 인물들의 극적인 만남을 그려내려고 한 책이다. 글쓴이는 함규진. 맨 처음 전공은 법학이었다가 나름의 이유로 실망(?)하고 정치외교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는.. "정약용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국사상과 한국사, 한국 정치 사이의 연관성과 긴장관계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쓰게 되었다."(책앞날개)는...
"물과 고기의 만남", "불과 얼음의 만남", "불과 나무의 만남", 산과 바다의 만남", "구름과 구름의 만남"까지,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 아래 6개의 소주제, 그러니까 총 30쌍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글쓴이는 "물론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만남이라고 역사적인 중요성이 덜하지는 않다."(p7)거나 "독자들 중에는 각 장마다 빠지지 않는 '소설적인 서술'에 당황하거나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p7)고 머리말에서 이 책을 읽기 전의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해주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많이 "당황"했고 "의아해"했던 독자 중의 한 명이었던 터라 이 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못하겠다.
글쎄다. 그들의 만남이 과연 역사를 바꾸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처음으로, 그러니까 "물과 고기의 만남"이라는 큰 주제 아래서 처음으로 다루고 있는 만남은 김유신과 김춘추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지나치게 소설적인데다 - 글쓴이는, "그렇다고 전혀 상상력만으로 묘사하지는 않았다."(p7)는 나름의 근거를 대고 있지만 - 짧고 깊이가 없어서 재미가 덜했다. 그리고 역사에 대한 안목이 글쓴이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터라 그 "만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상당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예순과 오언관과의 만남이나, 김병연과 공허의 만남, 정선과 이병연이 금강산에 함께 오른 것과 같은 이야기들이 과연 "한국사의 운명을 바꿀"만한 일이었나 싶었다. 역사를 보는 관점은 분명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글쓴이가 설정한 "만남"에 무게를 두다보니, 각 인물들의 독자적인 삶과 사고방식보다는, 개인의 이야기를 그 "만남"이라는 틀 안에서만 생각하게끔 한정짓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 나뿐이었으려나...
물론, 이 책을 통해 내가 잘 몰랐던 박마리아와 이기붕의 이야기나, 이광수와 안창호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고 이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많은 역사적 이야기들을 알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글쓴이와의 역사를 보는 눈이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와 이 책의 만남이 "물과 고기의 만남"이 아니라 "구름과 구름의 만남"이 되어버린 듯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