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춘추전국 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ㅣ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엔 잘 안 보이던데 예전에 "과자 종합 선물 세트"란 게 있었다. 온갖 종류의 과자가 골고루 들어있던, 그래서 어느 것부터 먹을까 고민스럽기까지 했던... 매일 받는 용돈으로는 살 엄두가 나지 않던 고가의 과자까지 포함되어 있던 그 과자 상자..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왜, 그 과자 종합 선물 세트 같다는 생각이 든 걸까.. 글쓴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온갖 세세한 부분까지 갖은 신경을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12권의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이라는데, 1권에만 들어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책 뒷 부분에 붙여놓은, 분리하게끔 되어있는 큼지막한 "춘추시대 지형도"를 펴들며 "아.. 이렇게 생긴 중국 땅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하는구나.." 싶었다.
글쓴이는 공원국. 그다지 흔치 않은 성 때문에 혹 중국인인가 싶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국제 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했다."(책앞날개)는.. "생활, 탐구, 독서의 조화를 목표로 10년째 중국 오지를 여행하고 있다. "는 이어지는 설명은 내겐 부러움이다. 앞서 얘기하다만, 이 책이 과자종합선물세트 같다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역시나 1권 한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책머리에"에서는 앞으로 펼쳐질 "춘추전국이야기"라는 방대한 저작에 대한 소개가 실려있다. "춘추시대 지형도"를 별첨할만큼 이 책에서는 역사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지리"까지 꼼꼼히 챙긴다. "이 시리즈는 거시적 관점과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앻 춘추전국시대가 갖는 진정한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한다."(p17)
그리고 1,2,3,4장에서는 "5장 관중의 출현"에 앞서 춘추전국시대의 전체적인 개괄을 통해, 그 당시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친절함까지.. 5장부터 12장까지가 1권의 주인공 "관중"에 대한 본론이고 13장은 관중 사후의 제나라 이야기,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본론에서 살펴본 관중이란 인물 자체에 대한 평가가 실려있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이어서 실린 "답사기"에서는 글쓴이가 직접 밟아본 숭산, 태산, 화산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한 권의 책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요모조모 잘 꾸며서 준비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책의 본론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은 "관포지교"로 유명한 그 관중이다. 글쓴이는 관중을 중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평가한다. "관중의 통치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기존의 정치가들과 관중을 가르는 핵심적인 차이다."(p219) 관중에 대해서는 고사성어 등에 나타난 단편적인 모습 밖에는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 책에서 자세히 그려진 그의 모습은, 여러모로 매력적이었다! 정치가이면서도 우직하고 "촌놈"적인 기질을 가진 그의 모습. 평생지기 친구 포숙과 습붕과의 인간관계 맺음. 그리고 일에서의 성취. "반복해서 말하지만 제나가라 첫번째 패자가 된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중의 경제개혁 때문이다."(p234) 지금으로부터 2000년을 훨씬 뛰어넘는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글쓴이를 통해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관중이라는 사람 뿐만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대, 각종 고사성어들의 유래, 역사를 보는 큰 안목까지. 글쓴이가 준비한 종합선물세트 덕분에 한꺼번에 여러가지 맛을 볼 수 있었던 책읽기였다. 여건이 된다면 이 시리즈를 완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