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한국사 - 소서노에서 만덕까지 한국사를 수놓은 여인들의 숨겨진 이야기
성율자 지음, 김승일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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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로 역사를 뜻하는 말 "history"를 "그의 이야기", 그러니까 "남자들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역사는 "남자"들만의 이야기인가..? 다른 분야의 책보다 역사책에 조금 더 관심이 가서 역사책을 즐겨읽는 편이다. 그런데 그 역사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대부분은 그러고보니, 남자다. 비단 동양의 역사뿐만 아니라 서양의 역사에서도 그런 것 같다.

 

   [여인들의 한국사]를 읽었다. 예전에 비해 이런 류의 책, 그러니까 "여자"들의 역사상의 활약상(?)을 다룬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난해였던가 비슷한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업적을 남긴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것이 기획의도였던 것 같은데, 그러나 읽고 나서 든 생각은 그래도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훌륭한 아들을 낳았다거나 남편을 잘 내조해준 정도의 역할에 그친 "훌륭한 여인"들의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의도야 그런 것이 아니었을테다. 그러나 남겨진 사료가  워낙 적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료도 그녀들의 주변에 있었던 "그"들 중심이라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이 책 [여인들의 한국사]를 펴들면서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책이 얇은데(전체 247쪽) 반해, 다루고 있는 인물이 많아(15명)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기도 했다.

 

  글쓴이는 "성율자".  "1933년 일본 후쿠이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작가로 역사다큐멘터리와 소설을 집필하면서 대학 등에서 강연 활동르 활발히 하고 있다."(책 앞날개)는...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뉘어지는데, 고대사로부터 조선사까지 시대순으로 구분해 몇몇 인물을 묶어두었다. 사실 한국사에 있어 널리 알려진 여성들이 극소수이다 보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여성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던터다. 하지만 "한국사 최초의 여류 시인"이라고 하는 "여옥"이나, "옥잔을 깨고 노비 아들을 장군으로 키워낸 옥호부인", "일본으로 간 밀 부인과 오조에, 고조에 자매 그리고 오타 쥬리아"는 내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내가 몰랐던 역사 속의 인물의 이름, 그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됐다는 점, 이 책을 통해 얻은 작은 수확이다.

 

  그러나 이 책 역시, 남겨진 자료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서술의 상당부분은 글쓴이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상상에 의해 채워지고 있는 점은 다소 안타까운 점이었다. "저자인 성율자 선생이 집필한 당시만 해도 여성사 연구는 많이 진척되지 못한 상황이었던 한계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일종의 역사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자임한다."(p7)는 옮긴이의 말을 풀이해보자면 이 책이 일본어판으로 씌인 것은 꽤 오래된 모양이다. 최근에 씌인 역사 속의 여성에 관한 많은 서적에 비해 크게 돋보일 점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주관적인 판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 '역사에 약한 여성들을 어떻게 하면 역사와 친숙해지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만들어졌다."(p6)는 옮긴이의 기획의도는 그런 생각을 더욱 굳어지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왜 "여자"라서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은 여자, 남자의 문제이기 이전에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수많은 남자들에 의해 가려져있던 역사 속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책. 옮긴이의 바람대로 역사 입문서로 읽어보기에 좋은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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