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음 / 민음인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좋은 번역자의 좋은 번역서 한 권을 읽는 일은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잘된 번역의 글도 읽을 수 있고, 책의 가치나 의의를 지적해주는 번역자의 의미심장한 역자후기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p57, 정제원 지음, [독서의 즐거움]/ 베이직하우스)  사마천의 [사기]를, 일연의 [삼국유사]를, 현대 한국어로 전달해준다는 의미에서 김원중 교수의 작업은 "번역"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원저자와 독자를 이어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까지를 연결해주는 "번역가"이고 그의 작업은 "번역"이 아닐까.

 

   나는 [사기]의 존재를 아주 늦게 알았다. 학창시절 논술대회에 나갔던 친구가 사마천의 [사기]에 관한 문제가 나왔는데, 읽어본 책이라 비교적 쉽게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었다. 내겐 충격이었다. 나는 [사기]라는 책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데, 친구는 [사기]를 "논할" 정도라는 게, 나의 지적인 무식함을 반증이라도 하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했었다. "공부에 바빠(?)" 한동안 잊고 지냈지만, [사기]를 꼭 한번은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도 그 때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내 손에 처음 쥐어진 [사기]의 "옮긴이"가 바로 김원중 교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단추를 잘 꿰었기 때문에, [사기]를 읽는 즐거움을 아직도 누릴 수 있는 것도 같다.

 

  [사기]의 번역본은, [사기]를 재해석하고 있는 책은, 많다. 시중에 널렸다. 얼마전에도 [사기열전]을 자기계발서로 각색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읽었었다. 원문은 같은데, 책으로 엮어내는 사람마다 관점이 달라 출판사에 따라, 옮기고 엮은이에 따라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사기]의 매력인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청소년용" [사기]입문서라고 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역자의 민음사판 [사기 열전], [사기 본기], [사기 세가]의 내용 가운데 선정한 70편의 명장면을 골라 새롭게 구성하고 해설한 것이다."(p11) 원저 [사기]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사기]와 사마천에 대한 "해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책은, "자신을 딛고 일어서서 승부하라", "겸양과 처신 그리고 처세에 능하라" 등의 6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묶어 [사기]를 짤막짤막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문자를 위한 책이라, 한편한편의 이야기가 짧고, 쉬울 뿐더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는 밑줄 그어 각주로 설명해주고 있어 읽기 쉽다. 각 이야기의의 말미에는 본문에서 다뤄진 이야기의 의미를, 옮긴이의 해설로 다시 한번 더 언급해주고 있어 "주제파악"까지 도와주는 친절함을 발휘하고 있다.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으며, 읽을 때마다 생각할 꺼리가 있다는 게 고전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이 책 [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는 그런 고전읽기의 첫 걸음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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