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유기 - 중국 역사학자가 파헤친 1400여 년 전 진짜 서유기!
첸원중 지음, 임홍빈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멋진 책이다!

  예전에 독서량이 아주 적었을 땐 "활자화된 문서"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다. "적어도 "책"은 책으로 펴낼만큼의 가치가 있어서 만들어진 것이리라!" 는..  책에 담긴 것은 진실이고, 시간을 내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책으로 묶어내지 않았을까..하지만 여전히 보잘것없지만 그간의 독서를 통해 모든 책이 좋은 책인 것은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취향의 차이이거나 가치관의 차이일런지 모르겠지만, 심하게 표현하자면 종이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도 그간 종종 발견했으니...

 

  문득 다른 사람들은 "좋은 책"과 "덜 좋은 책"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는지 궁금해진다. 나의 기준은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다. 기준이라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 [현장서유기]를 처음 접했을 때 만만찮은 두께에 겁이 났다. "옮긴이 후기"까지 포함하면 총668쪽의, 이 엄청난 분량이란...! 분량을 보아 많은 이 책을 읽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할 듯한데, 과연 유익할 것인가... 중간에 덮어버리지 않고 다 읽어낼 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히도,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는 충분했고, 아울러 재미있기까지 한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을 "멋진 책이다!"로 시작하고 싶었다.

 

  글쓴이는 錢文忠(첸원중). "현재 푸단 대학 역사학과 교수, 중국 문화서원 지도교수, 화둥 사범대학 동방문화연구센터 연구원, 베이징 영화대학원 객원교수, 지셴린 연구소 부소장, 베이징 대학 <유장정화> 편찬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다."(책앞날개)는... 이 책은 2007년 CCTV학술프로그램 "백가강단"에서 "현장 서유기"를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역사수업에서는 문화사적 업적으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현장의 <대당서역기>. 그렇게 저자와 책으로만 줄긋기 연습을 했던 기억밖에 없고, 오히려 애니메이션을 통해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이곳저곳을 기행하는 삼장법사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현장"을 역사전문가의 입을 통해 만날 수 있음이 고마웠다. 이 책은 그러니까 소설<서유기>의 내용과 현장 스님이 직접 쓴 <대당서역기>의 내용, 제자들이 쓴 <대자은사 삼장법사전>와 그 밖의 여러 사료를 참고하여 현장의 서역기행을 복원해낸 책이다.

 

   전체 36강으로 이루어진 책에서는 현장스님의 출생과 관련한 전설 같은 이야기에서부터 인도순례기는 물론이요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입적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역사시간에 "신라 승려 혜초가 인도를 기행하고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당의 승려 현장이 인도를 기행하고 쓴 책이 <대당서역기>다." 한 줄로 요약되길래 그런 줄 알았지 그 과정을 일일이 들여다볼 생각은 못했었다. 이 책을 통해 본 현장의 인도여행기는, 그야말로 대단한 집념의 결과였다. 몰래 국경을 넘어야 했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사막길을 건너, 간간이 도적떼를 만나 목숨의 위협을 당하기도 하고... 그 때마다 보여준 현장의 의연함과 초연함 그리고 자신이 가려는 길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드디어 도착한 인도 날란다 사원에서의 스승 계현법사와의 특이한 인연도 놀라웠지만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학업에 힘쏟는 그의 모습 또한 본받을만했다.

 

   책에는 주인공 현장스님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아울러 그가 직접 보고 느끼고 기록해두었던 당시의 중국과 인도의 시대상황이나 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현장의 인도순례의 진짜 모습을 접할 수 있어 더욱 좋았고, 차분하고 쉬우면서도 유익한 강의로 지겨울 틈이 없어 더욱 매력적이었던 책.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이런 책을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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