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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한번도 연결시켜 생각해보지 못했던 자연현상과 역사적인 사건을 나란히 제목으로 배치하고 있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궁금했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사극이나 전설에서 종종 왕이나 위인들의 삶과 죽음을 "별"이라는 천문현상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사극이나 전설이 아니라, 역사서이다. 그렇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글쓴이는 "현재 중원대학교 박물관장으로 재직중"이라는 서영교 교수. [나당전쟁사 연구 - 약자가 선택한 전쟁]이나 [고구려, 전쟁의 나라]등 역사서를 주로 써 온 글쓴이가 이번엔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을 연결해 말하고 있다. "우리 기록에 보이지 않은 혜성 관련 기록을 어떻게 역사 해석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가?"(p7)라는 학계의 반발에 그는, 혜성은 천체이며 지구 어디에서나 목격이 되는 것이고, 우리 기록에 없더라도 중국 기록에 나오는 혜성은 우리 역사의 참고자료로 활용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우리의 역사기록에 남아있는 천문현상과 중국 역사기록에 남아있는 천문현상을 비교, 고찰하여 우리 고대사의 정치와 관련짓는다. 발상의 전환이 놀랍다!
혜성을 노래했던 향가 [혜성가]에 대한 기존의 연구가 역사학계보다는 국문학계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국문학계의 연구성과는 혜성가 창작의 사실적, 역사적 배경은 등한시해왔던 것이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혜성가의 창작배경이 된 신라 당대의 국내외적인 상황과 핼리혜성의 출현의 관련성을, 당대의 역사자료와 천문관측의 방법론을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동맹국 수는 내란으로 급격히 붕괴되어갔고 신라에 대한 백제와 고구려의 침공도 게속되었다. 신라가 고구려, 왜, 백제 3국에 포위된 상황에서 출현한 607년의 핼리혜성은 신라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게 확실하며, [혜성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창작되었다."(p58)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 창작된 [도솔가]역시, 글쓴이에 의하면 혜성의 등장을 불안해했던 백성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었던 통치자의 염원을 담은 작품이다. [도솔가] 창작 당시 신라는 발해와 일본의 협공에 대한 염려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안사의 난 등으로 백성들의 불안이 팽배해 있었다. 이 때 나타난 "이일병현", 즉 핼리혜성의 등장은 그러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바, 경덕왕은 그러한 불안의 해소를 [도솔가]라는 향가를 통해 도모했던 것.
혜공왕 이후에 벌어진 왕위 쟁탈, 장보고의 죽음과 같은 정치적인 혼란 역시도, 혜성의 등장과 이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벌어졌던 현상이라는 것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의 핵심인 것 같다.
독특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천문학적 설명은 조금 어렵기도 했다. 역사공부를 하는 또다른 방법을 발견한 것 같다. [핼리혜성과 신라 왕위 쟁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