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셰스쿠 - 악마의 손에 키스를
에드워드 베르 지음, 유경찬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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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푸른 숲, 맑은 하천, 풍부한 삼림자원, 다양한 광물 자원, 기름 그리고 비옥한 농토를 준 신이 어느 날 너무 많은 축복을 준 사실을 깨우치고, 균형을 잡기 위해 자기가 찾아낼 수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악한 사람을 데려왔다." (p23) 올리비아 매닝의 [발칸 3부작] 제 1권 [운명같은 전쟁]에 실려 있는 글을 인용하며, 차우셰스쿠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책 [차우셰스쿠]를 읽었다.  아마도 신이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악한 사람"이 차우셰스쿠였던 모양이다고 생각하며 책을 펴들었다.

 

   사실 루마니아나 차우셰스쿠에 대한 배경지식이 별로 없고, 차우셰스쿠의 이름을 안 것도 겨우 몇 해 전의 일이다. 예전엔 루마니아라면 "드라큘라"를 먼저 떠올리곤 했는데, 이 책을 읽은 지금은.. 그래도 역시 드라큘라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물론, 그 이미지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말이다.  잔인함이 극대화된 영화 속의 드라큘라보다 역사 속의 실제 인물 차우셰스쿠라는 드라큘라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드라큘라 이야기의 모델이 된 블라드 체폐슈는 쇠꼬챙이로 죄인의 몸을 꿰뚫는 형벌을 내렸다.(체폐슈는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를 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에서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군대를 물리친 용장으로 알려져 있다."(조병일外/[세계사오류사전]/연암서가)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차우셰스쿠는 생을 마감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블라드 체페슈와 같은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섣부른 판단이려나...

 

   책을 쓴 이는 "에드워드 베르". 영화로도 유명한 [마지막 황제]의 원작을 쓰기도 했던 그는, "로이터 통신 파리 특파원을 거쳐, 프랑스 수상 장 모네의 공보비서를 역임하였으며 파리, 베이루트, 데리 등지에서 [더 타임스]와 [라이프]의 특파원으로 일했다."(책앞날개) 이 책은 차우셰스쿠의 처형(1989년 12월 25일) 이후 그가 차우셰스쿠에 관한 행적을 조사하며 쓴 글이다.

 

   차우셰스쿠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가 철부지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치기와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차지하기엔 너무나 그릇이 작은 인물. 사실, 나는 차우셰스쿠가 폭군이라길래, 구체적으로 사람을 몇 명이나 죽었고, 그의 "백성"들을 향해 엄청난 탄압을 가한 인물일 것이라 상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는 권력을 손에 쥔 유치한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나라 전체가 아사 직전의 비참한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었으면서도, 처형 직전 도피 상황에서도 "이런 것은 먹을 수 없다."(p43)는 둥의 음식투정을 부렸던 인물. 숨막히는 비밀경찰제도와 그 자신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우상화 작업, 규모 면에서는 엄청나지만 기괴하기 짝이 없는 그의 궁전. 그 궁전의 모델이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이라니 또다른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우셰스쿠보다 한 술 더 떴던 엘레나의 천박함과 무식함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다.

 

   "차우세스쿠 독재정치의 가장 괴이한 면은 그 잔학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천박스러움에 있었다. 갖은 증오심을 다 유발시켰지만 결코 피를 부른 독재정권은 아니었다. 루마니아 전국에 공포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려 있었을 뿐 거대한 수용소도, 무시무시한 고문도 그리고 스탈린 시대 때의 대규모 실종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p364)

 

    링컨의 암살범 부스는 링컨을 향해 총을 쏜 다음 "독재자의 말로를 보라Sic semper tyrannis!"고 외쳤다고 한다. 링컨에게보다는 차우셰스쿠에게 훨씬 더 어울릴 말이었지만  차우셰스쿠는 그 일화를 몰랐음이 틀림없다. 아직도 이 지구상에 권력의 단맛에 도취된 인물들이 있다면, 차우셰스쿠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길....나는 이 책을 통해 영원한 진리를 떠올리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사실 그대로는 아니라는 것을.... 차우셰스쿠 생전의 그를 향한 루마니아 국내외의 온갖 지성인들이 내뱉었던 찬사들이 거짓이었음이 증명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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