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의 역사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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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였던가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을 선정발표해 한동안 논란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책들이 그렇게 "불온한" 사상을 담고 있나 싶어 궁금했었는데, 나만 그런 궁금증을 가진 건 아니었던가보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국민들로 하여금 책을 읽게 하려고 국방부가 역발상을 이용, 좋은 책을 선정해 "불온서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불온서적"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었고, 실제 판매량도 증가했던 것을 보자면 말이다. 나 역시 그즈음 몇 권의 "불온서적"을 손수 구입해 읽어보았고, 좋은 책에 관심을 갖게 해 준 국방부에 오히려 감사했다.

 

    그 불온서적 리스트도 올랐던 책을 쓰신 분으로 이름을 익혀두었던 "한홍구"교수의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읽었다. 한홍구 교수의 "불온서적(!)" [대한민국史]는 어떤 책인가 궁금해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였는데, 이 책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통해 그의 글을 만나게 되어 우선 반가움이 앞섰다. 저자 한홍구 교수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으며, (사)평화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 상임이사,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책앞날개)고 한다.

 

   이 책은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 지금 이 순간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7주간 진행한 강의를 담고 있는 강의록이며, "1980년 광주항쟁 이후 노무현 대통령 서거까지 30년에 걸친 한국 현대사를 정리"(p11)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아니 강의를 들으며(현장 강의를 그대로 기록한 듯, 내가 강의실 귀퉁이에 앉아서 특강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 놀랐다. 내가 살아온 시대가 이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그걸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고), 이렇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역사를 쓰는(말하는) 역사책은 처음 본 터라 이런 글을 쓰는 글쓴이에게 많이 놀랐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는  내가 직접 보기도 했고, 겪기도 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의미를 알 수 없었고,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간들이기도 했다. "의미"까지 생각해보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을지도 모르지만, 더이상 어리지 않음에도 게으름 탓에 열심히 공부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대한 평가, 숨막히는 1980년의 광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릿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까지..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업적"에 대한 냉정한 비판에는 속이 시원해지면서도 한편으로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가슴에 울림이 있는 말을, 글을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 한홍구 교수는 그런 드문 사람 중 한 사람일 것 같다. 아직 그 의미를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책을 읽다가 자꾸 "울컥"해지는 건 무슨 까닭인지.. 역사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확고한 관점이 그의 글과 말에서 느껴진다. 역사책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와 사회를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안경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겐 너무나 놀랍고 독특한 또다른 세상을 보여준 안경 [지금 이 순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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