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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우리 미술 블로그 -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교과서에 숨어 있는 우리미술 이야기
송미숙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좋다. 참 좋다. 토요일을 여유롭고 넉넉하게 보내고 싶어서 펼쳐든 책인데, 첫장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버렸다. 미술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청소년을 위"해 썼으니, 가히 어렵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읽어보니 그랬다. 이전에도 몇 번 경험했지만, "청소년"용 책들이 유익하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기획된 것들이 많다. 어려운 단어로 몇 번 꼬아놓은 어른용(?) 책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려주는.. 이 책 [청소년을 위한 우리 미술 블로그]도 그런 책이었다.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도 내가 몰랐던 많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유익한 책.
글쓴이는 서양화와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지금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서 한국미술사와 씨름중이라는 "송미숙"씨.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교과서에 숨어 있는 우리 미술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는 이 책은 240여쪽 전체 다섯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도입부 "프롤로그"에서는 각 시대의 "한국의 역사를 미술과 관련하여 간략하게 설명해 놓았"(p5)으며 본문에는 관련 그림, 사진 자료들이 설명과 함께 실려 있고, 소주제 끄트머리에는 "돋보기"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본문에서 다룬 내용 중 짚고 넘어가야 할 용어나 인물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주고 있는 식의 구성이다. 본문의 글은 책의 제목처럼 "블로그"형식으로 꾸며있는 것이 특징.
삼국시대부터 최근까지의 "우리"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사실 미술에 문외한인터라, 알고 싶다는 욕심에 최근들어 미술관련 서적에 관심을 갖고 몇 권 읽어봤지만 서양 미술과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던터에 정말 반가웠다. 책에는 그 시대의 대표적인 미술경향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작품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 관련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의 미술 작품은 남겨진 것이 적은터라 "국사" 교과서에서 본 것들이 대부분이고, 조선시대 이후의 작품은 "국사"교과서는 물론이고 "미술"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들, 그리고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작품들이, 이 책에 실려있다.
사실 이전에도 보기는 했던 그림들이 많아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그림들을 글쓴이의 설명과 함께 다시 보니, 그림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 그림들에 대해 전혀 아는 것 없이 "안다."고 말할 뻔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참 다행이다. 남겨진 자료가 풍부해 이야깃거리가 많은 조선 중기 이후의 미술작품과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다. 95쪽에 실려있는 [강세황 자화상]에 대해서는 글쓴이의 설명이 없었다면, "저런 그림도 있었나 보고나"하고 넘어가고 말았을텐데. 강세황의 "해학"과 뛰어난 그림 솜씨에 그림을 쳐다보다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심사정의 [하마선인도]와 관련된 설명도 무척 흥미로웠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버렸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으면서도 최북이 자신의 눈을 찔러버렸다는 이야기는 몰랐다. [세한도]가 어떤 상황에서 그려진 그림인지도 몰랐었고, 그림 속의 나비나 고양이의 의미도 몰랐었고, 장승업의 호가 왜 "오원吾園"인지도 몰랐었다. 고려시대의 수월관음도를 본 적은 있지만 그 그림이 지금은 일본에 있다는 것도, "160여 종의 고려 불화 중에서 80퍼센트 정도인 130여 점이 일본에 있"(p41)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미술사 속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훌륭한 작품들이, 열정적인 화가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우리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역시 큰 소득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우리미술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