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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룬의 세계사 여행
헨드릭 빌럼 반 룬 지음, 김대웅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1월
평점 :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반 룬"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꽤나 유명한 사람인가 보다. 쓴 책 목록이 제법 되는 걸로 봐서는... 일단 글쓴이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해야겠다. "역사학자인 헨드릭 빌럼 반룬은 1882년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태어났습니다. 1903년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 대학에서 공부한 뒤, 1905년 러시아 혁명 중에는 AP통신사의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일했습니다. 1911년 독일의 뮌헨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대학에서 서양사와 근대사를 강의했습니다."라고 책 앞날개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70여년 전인 1935년에 씌인 책인 듯 하고, 통상 "머리말"이 차지하고 있을 부분에 "사랑스러운 손자에게"라는 편지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책이 만들어진 사연은 이러하다. 1935년. 그러니까 히틀러로 대표되는 뭔가 어두컴컴했을 것 같은 당시에 천진난만한 손자의 웃음 소리에 행복했던 반 룬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훌륭한 사람들이 살았던 세계 여러 도시를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알기 쉽게 이야기해 주기로" 결심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이런 할아버지를 가진, 그 손자 행복했겠다는 부러움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가로로 긴 책인데, 구성이 특이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A부터 Z까지 알파벳 순서대로, Athenae(아테네), Borobudur(보로부두르)에서 Zermatt(체르마트)까지, 각각의 알파벳을 대표하는(?) 도시들의 그림으로 한 장을 시작하고, 손자에게 간략하게 그 도시와 관련된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식이다. 나의 이해력의 부족탓인지 이 책의 원작이 어떠했는지는 사실 지금 이 책(그러니까 지양사에서 펴낸 "반룬의 세계사 여행")을 통해서는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반룬이 그린 알파벳이 들어가 있는 도시의 스케치 한 쪽, 손자에게 들려주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도 기껏해야 한 쪽 정도의 분량으로 A부터 Z까지 26개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52쪽인데, 이 책의 원본은 그랬던 걸까...? 하지만 내가 읽은 이 책의 총 쪽수는 엮은이의 말까지 합쳐서 136쪽. 그러니까 이 책은 1935년의 지은이 반룬과 2010년의 김대웅이라는 엮은이의 합작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반룬이 손자에게 들려주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현재의 시점에서 본 그 도시의 지도, 사진 등이 실려 있음은 물론이고 반룬이 책을 쓰고 난 이후의 역사의 전개까지 이 책에 펼쳐지고 있으니 말이다.
유명한 도시들에 대한 설명과 관련 그림, 사진에 인색하지 않아서 제목처럼 책을 통해 "여행"을 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잇는 책이기도 했다. 이 자상한 할아버지와 같은 할아버지가 내게도 있었더라면 내 어린 날이 더 풍족했을 텐데 하는 생각, 이렇게나 멋진 도시들을 내 발로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내겐 "부러움"으로 요약이 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