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네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 - 기적을 만든 칭찬과 격려의 이야기 40가지
지장홍 엮음, 정수국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위로가 필요해서였다. 이 책을 펼쳐든 이유는, 단 하나. 위로가 필요해서였다. 남들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은데,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들보다 내가 특별히 더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나는 폐차 직전의 차를 몰고 있는 것처럼 덜덜덜 불안하기 짝이 없고, 길은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콱 막혀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펴들었다. 사실 예전에도 이런 류의 책을 종종 읽어왔다. 하지만 남들이 좋다길래, 괜찮다길래 읽어봤지만 내겐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긍정의 힘을 과소평가해왔던 걸까...

 

   [아직 네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 제목이 "너무" 긍정적이라 읽어봐야겠다 싶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책은  작다. 그다지 두껍지도 않다. "기적을 만든 칭찬과 격려의 40가지 이야기"라는 이 책의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엮은이는 지장홍이라는 "현재 청소년출판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책 앞날개)다는 중국인. 글쓴이가 아니라 "엮은이"라는데서도 드러나지만 책에 실린 이야기 중 많은 이야기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이제는 "일화"라고 이야기하기도 말하기 힘든 유명한 "일화"들이다. 긍정의 가치,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있을 때 머리 속에, 그리고 가슴에 훨씬 더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나의 마음 자세가 삐딱하기 때문일까.. 이야기를 자꾸만 꼬아서 보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뭐 예를 들자면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스물네번째 응원 제목은 "말하지 않은 이유". 아들이 선천적으로 약간의 기형인 발을 갖고 태어났지만 아들에게 그것이 기형이라고 말해주지 않았고, 아들이 달리기 연습에 매진하며 힘들어해도 모른 척 눈감았다는.. 그런 힘든 시간 후에 아들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는....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말하지 않는다고 그걸 모를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몰랐을까 말이다. 흠.. 아니구나. "말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글자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걸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 장애 때문에 힘들어하지 말라는 무한한 응원과 격려를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방금 그런 생각이 났다.

 

   사실 이 책에 실린 짧은 이야기들에 담긴 메세지는 "조금만 더 노력하세요." 혹은 "한 우물을 파세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열번 찍어도, 백번을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다면 그땐 어떡하지. 열심히 한 우물을 팠지만 애당초 물이 고이는 곳이 아니라면 어떡하지.. 글세 나는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마지막 한 송이가 남더라도 절대로 그냥 버리지 말라고 하셨어요. 왜냐하면 이 꽃이 일찍 팔리지 않은 것은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지, 결코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기 때문이라구요."(p205) 그런 걸까....정말 그런걸까.. 아직 내 차례가 오지 않았을 뿐일까... 이 책에 실린 대단한 그들의 이야기는, 정말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지친 내겐 의심스럽고, 긍정의 힘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었지만... 그래도! 정말 그래도 "넌 안 돼!"하고 앞길을 턱턱 막아서는 이들의 비꼼보다는 훨씬 좋았던 이야기들... 다른 이들은 같은 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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