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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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으로 역사를 읽고, 역사로 문학을 읽는다..?

제목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사실 나는 역사적 지식이 빈약한 터라 역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그러니까 재미있고, 유식하게(!) 늘어놓을 줄 아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아주 많이 부럽다. 사실 역사라는 과목을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저 단순암기과목으로 생각했었는데...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역사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보물창고 같은 분야를 한때나마 그렇게 홀대했던 것이 미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것을 이제서야 후회하게 된다. 

 

  글쓴이는 "현재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및 서양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책 앞날개)는 주경철 교수. 이 책은 "명색은 역사 수업이었지만 나는 학생들과 소설이나 희곡, 영화와 만화를 소재로 즐겨 토론했다."(p5)는 그 교실에서 학생들과 나눈 대화의 흔적인 듯하다. 전체 20여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멀리는 <이솝우화집>으로부터 가까이는 <허삼관 매혈기>까지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문학으로 역사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딱딱하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어떠했고 글쓴이는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식의 "분석"과 "해설"에 치중하고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니까 문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역사라는 알맹이를 설명하려고 하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분명 문학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인물,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작품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역사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에, 문학과 역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역사 교수님이지만, 문학에도 상당히 박학하신 듯.

   기존에 읽어서 알고 있었던 작품들에 대해서는 나의 얕은 식견과는 달리 "지성인"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내가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느끼는 신선함이랄까... "낯선 남자와 결혼하는 어린 처녀에게 남편이 될 사람은 흔히 야수 같은 존재로 비친다. 그러나 여성은 난폭하고 무식해보이는 남성의 내면에서 순수한 덕성을 찾아낼 수도 있고, 사랑과 헌신을 통해 '짐승 같은' 남자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면 개구리 왕자, 돼지 신랑, 백곰 남편, 뱀 총각이 어느 날 갑자기 멋진 왕자님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p116) [미녀와 야수], [푸른 수염] 따위의 이야기를 나는 한번도 이런 관점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이런 게 식견의 차이인가 보다.

 

    물론 역사교수님이시니, 본분에 충실하게 역사에 대한 설명도 유익했다. 꼭 짚고 넘어갈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소주제의 끄트머리에 별도의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영화나 문학작품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객관적인 역사사실 습득에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의 이야기인 역사를 풍부한 문학적 감성과 함께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문학을 함께 들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와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직접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이 책은 잠시 덮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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