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한 마리 - 적은 돈에서 시작된 큰 성공
케이티 스미스 밀웨이 지음, 김상일 옮김, 유진 페르난데스 그림, 강명순 감수 / 키다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암탉 한 마리]란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생각난 이야기.

기억의 출처가 분명하진 않은데, 머리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 이야기 역시 닭과 관련있는 것이었다. 어느 시골 처녀가 달걀을 하나 사오면서 온갖 공상을 하는.. 달걀이 알을 깨고 나와 병아리가 되고, 그 병아리가 커서 암탉이 되고, 그 암탉이 알을 낳아서 그 달걀들을 팔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고...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시작되는 노래처럼 끝이 없는 꼬리물기였지만, 그러나 불행히도 그 처녀는 공상에 빠져있다가 넘어져서 달걀을 깨버린다는 아주 슬펐던(!) 이야기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피엔딩이다. 다행이다. 어린이들이 많이 읽을 책인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이야기처럼 끝이 허무하고 안쓰럽다면, 그건 아이들에게서 꿈의 싹을 잘라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그래,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은 "적은 돈에서 시작된 커다란 성공, 암탉 한 마리"다. 주인공은 코조. 서아프리카 가나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아이. 아이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학교도 그만둬야 할 만큼 가난한 생활을 이어간다. 마을 주민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서 한 가족에게 빌려줄 것을 결정하면서 마을에는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마련해준 셈인데, 코조네는 그 종잣돈으로 땔감을 실어나를 수 있는 수레를 구입한다. 그리고 거기서 벌어들인 얼마간의 돈으로 코조는 암탉을 한 마리 구입한다. 앞서 언급했던 그 불행했던 처녀의 몽상과는 달리, 코조의 암탉은 달걀을 낳고, 그 달걀을 팔아 번 돈으로 더 많은 닭을 사서 치게 되고, 학교도 다시 다닐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리고.. 나중에는 아주 큰 양계장의 사장이 되고, 그 양계장은 12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어마어마한 사업체가 되고, 코조의 양계장으로 인해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이야기가 실제 인물에 바탕을 둔 동화라는 것. 이야기의 주인공은 "콰베나 다르코"씨.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적은 종잣돈을 빌려 주는 '시나피 아바 트러스트'라는 단체를 만들었"(p30)다고 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우리말로 하자면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 제도'라고 하는데, 책 말미에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과 관련한 여러가지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동화책만은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실화라서 더 감동적이다. 그저 단순한 동화책일 것이라고 짐작했던, 어른인 내게도 참 괜찮은 책이었다.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기획의도가 좋은 것 같다. 깨져버린 꿈이 아니라, 성공을 이뤄낸 이야기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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