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의 눈물]을 보다

남한산성의 눈물 ㅣ 샘깊은 오늘고전 12
나만갑 지음, 양대원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10년 1월

남한산성의 눈물
 

출판사 알마에서 나오는 "샘깊은 오늘고전"시리즈는 지난번에도 두어권 접해본 적이 있다.   이 시리즈의 아홉번째 책 "홍경래"와  10번째 책 "표해록"이었는데, 두 권의 책 모두 내겐 그런 옛 기록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터라 더욱 고맙고, 의미있는 책들이었다. 옛기록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려준 책들이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이 읽어도 어렵지 않게 쉽게 풀어썼을 뿐만 아니라, 옮겨쓴 이들의 설명과 글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 옛기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들이었다.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은 병자호란 당시 57일간의 일기를 담고 있는 나만갑의 [병자록]을 풀어쓴 글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나만갑이라는 이름도, [병자록]이라는 책의 존재도 몰랐었다. 새삼 내 역사적 지식이 참 보잘 것 없는 것이구나 싶었다. 역사에 대한 나의 어설프나마 오래 지속되어온 '관심' 때문에 병자호란의 전말에 대해 나름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말이다.

 

   나만갑은 병자호란이 벌어지자 인조와 함께 남한산성에서 농성하며 식량을 담당했던 관리이다. 그의 병자록은 남한산성에서, 그러니까 병자호란 당시 전란의 중심에서 보고 들은 바를 일기형식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글이 무척 현장감 있게 다가온다.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을 날마다 썼기 때문에, 그 말소리, 숨소리마저 읽는 사람의 살갗에 와 닿는 듯합니다."(p9) 그렇다. 당시 청과 주고 받았던 문서, 척화와 주화의 대립 양상, 그리고 전란으로 인한 백성과 병사들의 고충, 그리고 농성의 절박함과 청나라에 결국 굴복했을 때의 굴욕감까지 그의 글에 고스란히 배어나고 있다.

 

    조선의 역사를 접할 때마다 이 즈음, 그러니까 인조대부터의 역사를 글로 읽고 읽자면 울화가 치밀 때가 많다. 역사에 대해 아는 게 아예 없을 땐 광해군의 "광"자를 미칠 광(狂)자를 쓰는 줄 알았다. 부도덕하고 임금 부적격자였기에 인조반정과 같은 결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역사를 읽을수록 인조(仁祖)는 악조(惡祖)가 더 어울릴 듯하다. 인조반정의 의미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임금이나 신하들이나 하는 행동거지가 한심 그 자체..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은 사람들이 날마다 술만 퍼마시더니 마침내 백성들을 다 죽게 했구나! 대체 누구의 잘못이냐? 내 자식과 남편이 다 적의 칼에 죽고 나만 남았다. 아, 하늘이시여! 세상에 이렇게 억울하고 분한 일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p118)라는 늙은 여인의 울부짖음을, 그들은 들었을까....?

 

   병자호란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주는 기록. 나만갑의 기록 [병자록]을 지금의 우리 말로 다듬어 쓴 책 [남한산성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