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직언하고 가차 없이 탄핵하다 - 조선은 어떻게 부정부패를 막았을까
이성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5.16은 혁명이고, 노무현은 부정부패한 지도자의 전형인가? 글쎄다. 어떤 분야건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나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서는 글쓰는 사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파란색 안경을 끼고 본 세상은 파랗고, 빨간색 안경을 끼고 본 세상은 빨갛다. 눈의 문제가 아니라 안경의 문제다. 역사책을 쓰는 사람은 독자들에게 파란색 안경이 될 수도 있고, 빨간색 안경이 될 수도 있다. 이왕이면, 투명한 안경이 더 좋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게 하는 안경.

 

     이 글을 쓴 분은 "이성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신 분이다. 다른 분야보다 역사에 관심이 조금 더 가다보니 이런저런 경로로 그 이름을 접한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글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첫만남이 사실 조금 불편했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주제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역사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내가 감히 우리 나라 최고의 역사서술기관의 장을 지낸 석학의 이야기에에 삐딱한 시선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일지도..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현재 대한민국의 부정부패의 근원이 조선이라고 주장하는 또다른 역사책 한 권을 읽었다. 그 책에서는 고려시대까지는 아주 청렴하고 깨끗했던 우리 민족의 사회상이 조선시대에 들어서 부패하기 시작했고, 지금 대한민국은 부패의 정도를 넘어서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부분적으론 수긍이 되면서도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더러 있는데다, 조선의 부정부패와 그 방지책에 대해서도 궁금한 점이 있던 차에 이 책 [조선은 부정부패를 어떻게 막았을까?]를 대하고는 반가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2000년에 같은 저자가 출판한 [조선의 부정부패 어떻게 막았을까]라는 책의 개정판인 듯 하다. 2000년에 출간된 그 책을 읽은 적이 없어서 정확한 사실 파악은 어렵지만 목차를 비교해보니 대체로 같은 내용을 다룬 책인 듯하고, 새로 출간하면서 머리말과 마무리하는 말 정도를 최근에 새로 덧붙인 듯하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1. 대간 이야기> <2. 감찰 이야기>  <3. 암행어사 이야기> <4. 한국 감사기관의 변천>이 그것이다. 책의 본문에서 들려주는 조선 시대 감사기관의 각종이야기들은 매우 유익했다. 역사적 지식이 일천한 내겐 춘향전의 이몽룡과 문수신 박문수로 대표되는 암행어사 파견과 관련된 각종 제도들, 마패이야기며 극적인 "암행어사 출도"와 관련한 이야기들, 암행어사 추생제도와 백성들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어사우",  가짜 어사 소동 같은 각종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역사 공부였다. 자신의 목숨쯤이야 초개같이 여기며 올곧은 소리를 내뱉는 대간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업무에 관한 이야기 역시 내가 잘 몰랐던 부분이라 새로 알게 된 것이 많다.

 

   하지만 책을 시작하는 "목숨 걸고 직언하고 가차없이 탄핵하다"와 책의 마무리 부분인 "부정부패는 정치의 본질인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비리를 자세하게 늘어놓으며, 그가 마치 부패한 지도자의 우두머리라도 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느낀 건 지나친 비약일까. 그리고 책 326쪽의 "그 후 5.16군사 혁명으로 신체제가 들어서면서"라는 문구는 5.16이 과연 혁명이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에겐  쩝...글쎄다.  글쓴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일까 싶어서 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본 결과,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문제와 관련해, 그 또한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교과서들이 지나치게 좌편향되어있으며 이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인물이라는 정보가 뜬다. 관심이 있어서 근현대사 교과서 몇종을 살펴본 일이 있는데 문제될 만큼 좌편향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젊은 세대(?)" 중의 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와의 소통 단절의 느낌은 여기에서 기인하는 건가 싶었다.

 

     그간 잘 몰랐던 조선의 부정부패 방지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큰 줄기로 하고 있는 이 책은 내겐 역사공부에 꽤나 도움이 되는 책이었지만, 내가 숲은 못 보고 나무만 쳐다보고 있는 작은 식견의 소유자라 그런지, 글쓴이와 역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서 부분적으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책. [조선은 부정부패를 어떻게 막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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