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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몇해전이었던가, 우연한 기회에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를 봤다. 초반에 무척 수다스러운데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아저씨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길래, 코미디물로 여겼던 영화가 사람을 그토록 울릴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이 많이 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내가 그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슬퍼서, 지구상에서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놀라워서, 아이의 순진함과 대조되는 아비의 부성이 너무나 처절해서....그제야 역사시간에 선생님들이 꼭 한번은 언급하시곤 했던 영화 "쉰들러리스트"가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말로만 듣던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영상화한 두 작품은 가히 충격적이었고 놀라웠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관련 서적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지 했었는데 그간 게으름 탓에 미뤄두고 있었다. 비단 나의 게으름 탓만이 아니라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책을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어렵기도 해서 지레 포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읽은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는 쉬운 설명으로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책이다. 글쓴이는 아네트 비비오르카로 그녀는"1948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홀로코스티 및 20세기 유대인의 역사에 관해 가장 정통하다고 인정받는 프랑스의 역사학자"(책 앞날개)라고 한다. 책의 부제는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이고 원제는 [Mama, was ist Auschwits?]. 문고판 사이즈로 크지 않은데다, 옮긴이의 말까지를 포함해도 143쪽밖에 안 되는 작은 책이다. 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작지 않은 책이다.
이야기는 글쓴이의 열세살난 딸의 물음으로 시작된다. "엄마, 베르트 아줌마 팔 아래쪽에 왜 번호가 새겨져 있어요?"(p15) 베르트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다. 책에서는 딸의 물음에 글쓴이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유대인 학살"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쉬운 설명 덕분인지 그 당시 상황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그리고 유대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이해하기 힘들었던 문제들, "유대인"의 정체, 그리고 왜 유대인들에게 그런 박해가 가해졌는지의 문제, 그리고 구체적인 학살의 양상 등에 대해서도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곳곳에 실린 관련 사진은 참혹해서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아네트 교수가 아우슈비츠와 관련해서 '왜'의 문제가 완벽하게 설명될 수 없다고 밝힐 때는 회의감마저 감돌지만"(p136), "왜"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만큼 참혹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인류사의 불행했던 순간들에 대해서도..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자 독일의 작가인 파울 첼란의 시에서 유래한다. "너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 중 몇 분은 무덤조차 없는 형편이란다.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있다네."라고 독일의 위대한 작가인 파울 첼란이 쓴 시에서처럼."(p116) 지금 우리는 그들을 "유대인"이라고 묶어서 이야기해버리고 말지만 그들 개개인에게는 그렇게 묶어서 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소중한 삶이 있었을테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이야기.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쉽고 생생한 설명이 고마웠지만 그 이야기들이 너무나 슬프고 참혹해서 마음 아팠던 책.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