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할머니]..

책 읽어주는 할머니 (작가가 읽어 주는 파일을 QR 코드에 수록) - 2010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ㅣ 작가가 읽어주는 그림책 1
김인자 지음, 이진희 그림 / 글로연 / 2009년 9월

  
 

 

     할머니의 정을 받고 자란 기억이 없어서인지, "할머니"란 단어가 내게는 별 감흥이 없다. 할머니가 있는 어린 시절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 궁금함이, 요즘엔 조카와 그 아이의 할머니인 내 어머니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제 부모가 하는 말엔 꼼짝을 못 하는 녀석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응석을 피운다. 그러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 녀석의 거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만능인이 되곤 한다. 부럽다..!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참 잔잔한 그림책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전화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손녀. 그리고 할머니 팔순잔치가 있던 날, 할머니는 손녀가 매일 읽어주던 그 책을 손님들에게 읽어주신다. 조카를 핑계로 이제서야 어린 시절 읽지 못했던 그림책들을 읽고 있는 나는, 그림책이 참 좋다. 어린이책의 밝음도 좋고, 따뜻함도 좋고, 푸근함은 더욱 좋다. 이 책은 그런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으면서도 "아..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그림책 읽어주는 손녀,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 이 얼마나 어여쁜 풍경인가...

 

    내가 조카만할 때 엄마가 나를 위해서 책을 읽어주셨던가... 기억이 희미하다. 그런데 어느새 손자를 보신 나의 어머니는, 그 손자 녀석이 이제 드문드문 글자를 깨우쳐감이 즐거운 탓인지, 두꺼운 안경을 꺼내들고, 만화책이며 그림책을 읽어주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야기의 흐름을 끊더라도 글자 한자한자 녀석이 깨우쳐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자를 모르기에,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책 읽는 소리가 즐거웠을 책 속의 할머니는 이제 손녀의 글 읽는 소리가 즐거울테다. 이젠 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할머니는 더욱 즐거울테다. 책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주는 cd의 낭독음이 조카 녀석 마음에 든 모양이다. cd를 틀어놓고 좋아라 한다. 주인공이 할머니와 손녀니깐 할머니와 손녀 그림을 중심으로 건성건성 책을 읽는 나와는 달리, 조카는 그림 책 속에 숨은 그림같은 "펭귄"을 찾아내서는 더욱 좋아라 한다. 책 속에서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나중에는 할머니가 손녀를 위해 읽어주는 그 그림책 속에 펭귄이 있다. 작가는 날지 못하는 펭귄처럼, 글자를 몰라 갇혀있던 할머니가 이젠 훨훨 날 수 있길 희망했나 보다.



    푸근하고 따뜻해서 참 좋았던 책. cd낭독과 함께 넘기며 잠자리에서도 읽기 좋을 책. [책 읽어주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