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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동물기 - 전 세계 동물들의 자연생태기록
이와고 미쓰아키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tv에서 동물에 관한 다큐를 전문으로 찍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주로 호랑이를 촬영해왔다는 그는, 18년이나 동물에 관한 사진, 영상을 촬영해왔지만 호랑이가 사냥을 하는 순간을 포착한 적이 없어서, 호랑이의 사냥 장면을 촬영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번번히 실패했지만, 그 프로그램 말미에는 마침내(!) 호랑이가 사냥하는 순간을 촬영하는데 성공해서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이 책 [세계 동물기]를 다시 펴드니 새삼스러웠다. 이 책에 실린 수많은 사진들 역시 그 동물다큐사진작가가 그러했듯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생명의 위협을 감당해내면서 찍은 사진들일까 싶어서....
사실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귀여운 줄 모르겠고, 크기가 큰 녀석들은 보면 겁부터 난다. 이 책은 그런 내가, 동물과 좀더 친해질 수 있을까 싶어서 펴든 책이다. 사진을 찍은 이는 "이와고 미쓰아키"라고 하는 일본인이다. "이 책은 37년 가까이 야생동물이 1년 365일(윤년은 366일)동안 지구 구석구석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적어 온 필드노트(일기)를 펼쳐 보며, 도쿄 사무실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사진을 추려 달력처럼 엮어 본 것이다."(p2)
처음에 책을 받아들고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책이라 놀라움에 입이 쩍 벌어졌다. 결코 만만해 보이지 않는 가격도 그렇지만 크기와 두께, 그리고 그 속에 실린 사진의 질과 규모까지...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사진들을 찍는데 보낸 37년이라는 긴 세월이었다. 작가는 야생동물이 있는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닌 모양이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내 눈으로는 절대로 "직접" 보지 못할 것 같은 동물들의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라 내겐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겁이 많은 내가 그 동물들을 실제로 보게 된다면 비명부터 지르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동물들을 만나면서는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귀여웠다. 아름다웠다. 신기했다. 더러는 징그러웠다. 책 표지에도 나와있는 하얀 북극곰과 그 새끼들은 마치 곰인형을 보는 듯이 귀여웠다. 141쪽에 실린 노란목다람쥐가 바위 밭에서 꽃을 먹고 있는 사진은 녀석이 흐뭇하게 꽃향기를 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기까지 했다. 덩치 큰 캥거루의 새끼는 갓 태어나서는 겨우 몇 센티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구아나 같은 녀석들은 너무나 선명하게 나온 사진 때문에 더욱 징그럽기도 했다. 27쪽에는 남아메리카 바다사자가 바위뛰기 펭귄을 덮치는 모습이 찍혀있다. "바다사자는 바위뛰기펭귄을 잡은 뒤 뱃속에 들어 있는 오징어나 크릴 새우만 먹는다."(p27). 짜식.. 그럴 것 같으면 바위뛰기펭귄한테 오징어나 크릴새우를 좀 잡아달라고 할 일이지, 죽일 것까진 뭐 있나 싶어 참견도 해보고, 사자에게 목이 물려 생을 마감하고 있는 얼룩말이 안쓰럽지만 이게 자연의 법칙인가 이해도 해보려 했다. 간단한 설명 외에 글은 적지만 큼직하고 화질 좋은 사진을 통해 훨씬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보다 훨씬 순수함을 많이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기도 하다.
동물보다는 사람들만 많은 곳에 살다보니 그간 잊고 지냈던 모양이다. 지구상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동물들이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런 순간들을 사진으로 포착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진들이 많다. 동물들이 새끼나 알을 낳고 키우는 모습이며 긴장감이 배어나는 사냥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까지... 지구의 주인인냥 행세하는 인간들의 오만함에 대해서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사진을 찍은 작가의 자유로움이 마냥 부럽다. 나 또한 언젠가 북극곰을 눈 앞에서 볼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