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중국에 가다 [표해록]

표해록 : 조선 선비가 본 드넓은 아시아 ㅣ 샘깊은 오늘고전 10
방현희 지음, 김태헌 그림 / 알마 / 2009년 6월

  
 

    내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왕오천축국전]에 대해서 들어 보았고,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이라는 책도 들어보았다. [동방견문록]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본 적도 있고, [왕오천축국전]을 토대로 쓴 소설을 읽어본 적도 있다. 그런데 "세계 3대 중국 견문록 가운데 하나"라고 광고하고 있는 이 책 [표해록]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잘 모른 정도가 아니라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책이다. [표해록].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책을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표해록]을 읽었다. "샘깊은오늘고전"이라는 시리즈는 지난번에 읽었던 [홍경래전]에 이어 두번째로 만나본다. 동화책 같은 양장본 표지에다 크지도 두껍지도 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시리즈라 마음에 든다. 그러고보니 [홍경래전]도 이 시리즈를 통해 처음 만났다. 내가 모르고 있던 고전들을 알아듣기 쉬운 말로 풀어내고 있어 내겐 고마운 시리즈의 책들이다.

 

   [표해록]의 저자는 최부. 조선 성종 때의 선비이자 관료였고,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51세에 사형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 책 [표해록]은 제주도에 경차관으로 파견된 그가 "1488년 부친상을 당해 제주에서 고향 나주로 건나오다 표류해 중국 남부 해안까지 밀려갔고, 중국 강남 및 산둥 등지를 거쳐 북경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책 첫장 저자 소개 中)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도에 경차관으로 파견되었던 최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고향인 나주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띄우지만 풍랑을 만나 표류하고 만다. 책을 읽으며, 표류의 과정에서 절망한 일행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자 할 때도 그들을 진정시키고, 해적들의 위협 앞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했고, 명의 황제를 만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펼친 이 책의 저자 최부라는 인물에 대해 무척 궁금했다. "조선에서 중국으로 사신을 갈 때는, 뭍으로는 요동을 거쳐 북경을 다녀오거나, 물길로는 산동반도 일부를 거쳐 북경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명나라의 경제 중심지며, 문화가 가장 번성한 중국의 강남을 비롯한 산동을 견문한 조선 사람은 최부가 처음이었습니다."(p150) 아.. 그랬구나. 그의 뜻하지 않은 중국 탐방은 안타까웠지만, 후대를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렇게 좋은 글을 남겼다는 것으로 위로가 되려나...

 

 

   다른 출판사에서 펴낸 [표해록]을 읽어보지 못해 객관적인 비교는 불가능한데 "샘깊은~"시리즈의 이 표해록은 "친절한 표해록"이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싶다. 글의 시작과 마무리 부분에는 물론이고 내용 사이사이에 "다듬어 쓴 이의 말"이라는 코너를 통해 표해록의 내용을 정리해주고, 현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있어 내용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표해록]은 에도시대의 일본에서 일찌기 번역출판되어 널리 읽혔다고 한다. 일본인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우리 나라 사람의 중국 탐방기를 오랫동안 모르고 있었던 게 부끄럽다. 우리 고전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