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의 성 -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
시앙쓰 지음, 강성애 옮김, 허동현 감수 / 미다스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여러모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황궁皇宮의 성性이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제목을 이렇게 잡은 걸까. "황궁"이라는 주제도 궁금하지만 황궁의 "성"이라는 주제 아래에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실어놓았을까가 더 궁금했다.. 부제는 "치정과 암투가 빚어낸 밤의 중국사"이다. 양장본에다 전체 쪽수는 565쪽. 책 앞날개에 간략히 실린 글쓴이의 이력은, 주로 "황제"와 "황궁"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왔고, "현재 베이징 고궁 박물관 연구원 겸 도서관 부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책 앞날개)는 시앙쓰向斯.

 

   묵직한 책이라 읽기 전에 겁을 먹고 시작했었지만, 의외로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었다. 평소 역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것보다는 책의 구성이 이야기를 작은 주제로 짤막짤막하게 끊어서 이야기하고 있어 읽기 지루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그간의 역사책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는 신선함 때문이리라. 그 "독특함과 재미있음"을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그런 야~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 책의 제목은 분명 "황궁의 성"이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성"이라는 주제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이야기들, 그러니까 황제의 사생활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전체 1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중국 역사의 고대로부터 청대까지의 황궁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다. 황실의 성교육과 혼례식, 그리고 후궁들에 관한 이야기.  중국 역사상의 황제들이 대부분 쾌락을 즐겼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게  유명한 "로맨스"의 주인공들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고, 궁중의 내시들에 대한 이야기와 황제의 의복에서 각종 장신구와 황실의 예술적인 활동에 이르기까지... 책 뒤표지에는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 씨의 추천사가 실려있다. "대체로 역사는, 정사보다 야사가 더 흥미롭다."고... 그렇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근엄한 황제들의 모습보다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있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왜 갑자기 "왕자와 거지"라는 동화가 생각나는지... 황제는 모든 것을 가졌다. 그의 말한마디면 말 알아듣는 거의 모든 것(?)들을 조정할 수 있으며,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수많은 여자들을 거느릴 수도 있지만, 끊임없는 쾌락을 누릴 수도 있지만,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엄밀히 말하면 황제와 황후는 예법으로 유지되는 사이였다."(p56) 부인과는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고, 황제가 사랑하는 여인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여인을 끌어들이기도 하는 황후(당 고종의 황후 왕황후와 무미)도 있고, 그 많은 여인들 사이에서는 황제의 총애를 받고자 끊임없는 암투와 모략이 일어나는 곳 황궁에서의 삶이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남성을 버리고 환관이 되었던 이들. 황제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신분이 상승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같은 이유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여자들.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황궁에서의 생활이, 내겐 왜 그런지 자꾸만 위태로워 보였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이었지만, 번역`편집상의 사소한 실수들이 눈에 많이 띄어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다. 202쪽 13줄에서 장벽강을 조벽강이라고 한다든가 89쪽의 "자식을 많은 낳은"과 같은 일일이 지적하기 뭣한 실수들...  이런 부분은 다음 판에서는 수정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화려해보이지만,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아프고, 더러는 끔찍하고 슬프기도 한 중국 황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황궁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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