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 법의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세계 왕실의 20가지 비밀과 거짓말
피터 하우겐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소문이나 가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자꾸 듣다보면, 황당무계하다 싶은 그 이야기들 속에도 사실은 일말의 진실이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는 속담을 두고 최근에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더라."고 발끈하는 연예인들도 봤지만, 그런 해명을 들으면서도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나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나는 취미가 절대 고상한 편은 못 되나 보다.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를 읽었다. 책을 펴들기 전에는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딱딱한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상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은 기대 뒷 편엔, "카더라"통신 류의 무책임한 가십꺼리의 범벅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처음의 우려는 말끔히 덜어냈고, 그리고 처음의 기대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던, 내겐 꽤나 괜찮았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세계사상의 유명한, 아직까지도 이론의 여지가 많은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자면 프랑스 루이14세때의 철가면 죄수의 정체라든가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서의 실체, 나폴레옹 독살설과 러시아 황녀 아나스타샤의 진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이 왕과 여왕, 왕자와 공주를 비롯한 왕족이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왕족이 오늘날의 스타나 유명인사처럼 대중의 호기심과 흥미의 대상이었다."(p5) 그래, 이 책 재미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역사적인 교훈보다는 소문과 호기심을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 구상했다."(p6)고 하는데, 그 기획의도를 충분히 살린 책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다루어진 이야기들을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해보자면 "그는 진짜 왕자(혹은 공주)였을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정도의 범주에 드는 이야기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그 밖에는 "왕실의 사랑 혹은 불륜에 관한 이야기"와 "전설 같은 이야기들의 진실"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분류이다.

 

    현대의 과학이라면 쉽사리 풀렸을 것 같은 문제들, 왕자(공주)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로웠다. 영국의 리처드3세는 조카들을 몰아내고 왕위에 올랐고, 그 후 어린 두 왕자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왕자들은 리처드3세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혹은 어딘가에서 목숨만은 부지하고 있었던 걸까? 왕자를 사칭하고 나선 퍼킨 워벡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조선시대 소현세자의 아들을 자처하고 나섰던 요승 처경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역사란 그렇게 비슷한 걸까? 조선의 수양은 조카 단종을 죽이고 세조가 되었고, 영국의 리처드는 조카를 실종시키고(?) 왕위에 올랐으며, 소현세자의 불행한 죽음 후엔 그의 아들을 주장하는 요승이 등장했고, 리처드의 조카들의 실종 후에는 퍼킨이 나타나고...   자신이 러시아 로마노프 황실의 공주라고 주장했던 안나 앤더슨은 정말 아나스타샤였을까?  "자신이 루이 17세라고 주장한 사람이 30명이 넘었다"(p229)고 하는데, 그 서른명이 넘는 인물들 중에 정말 루이 17세가 있었을까? 불행했던 정치적 사건들 뒤에는 그렇게, 빈틈을 노리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인가를 막론하고 어느 시대인가를 막론하고 많았던 모양이다.

 

     왕실 인물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도 흥미로웠다. 나폴레옹은 정말 "살해"당했던 걸까?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사였을 뿐인걸까?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는 남편의 죽음에 개입했던 걸까?

 

    글쓴이는 자신은 이렇게 생각한다고는 더러 말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과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각종 의혹들에 대한 해결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역사를 더 두껍게 보는,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든다. "세계사"라고 묶기에는 너무 서양에 치우친 이야기들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한 분야의 자료조사와 재치있는 글솜씨로 역사상의 흥미로운 주제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가는 탐험대 같은 책. [왕실 미스터리 세계사].

 

 

 

잘못된 글자

15쪽 사진 아래 "1992년" -> "1922년"

23쪽 네번째 줄 "가습뼈"

91쪽 일곱번째 줄 "왕제자인 웨일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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