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 알기 쉽게 풀어쓴 (한글판 + 영문판)
E. H. 카 지음, 이화승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E.H. Carr의 유명한 이 책 [What is History 역사란 무엇인가]는 몇 해전에 읽고서 좌절감을 맛 본 터라 이번에 다시 펴들면서 솔직히 겁이 났다. 그나마 이 책을 다시 펴볼 용기를 가진 것은,  그래도 지난 몇 년간  다른 책보다는 역사에 관한 책을 좀더 관심있게 봐 왔던 터라 이제는 읽을 수 있을 꺼라는, 읽힐 꺼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 앞에 붙은 "알기 쉽게 풀어쓴"이라는 수식어구 또한 무척 매력적이었다. 지난번에 내가 [What is History]를 읽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순전히!" 번역의 문제라는 핑계를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나는 학창시절 [역사란 무엇인가?]를 탐독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수긍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 차원에서 번역에 감히 도전을 하게 되었"(p250)다고 한다.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을 위해서는 고마운 일이다. 또 한 가지.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우리 말과 영어의 뉘앙스 차이를 가끔 느끼는 터라, 영어 원서와 함께 한 질로 묶여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알기 쉽게 풀어쓴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알기 쉽게 풀어쓰지 않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을 때만큼이나 내겐 어렵게 느껴지네. 독해력의 부족인가 보다. 하지만 내가 이해한 바 대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자면 이렇다. 책은 전체 여섯개의 장으로 이뤄져있다. What is History는 E.H.Carr가 1960년에 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의 강의록이다. Carr의 그 유명한 말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p45)는 그의 첫 장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역사해석에 있어서의 역사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랑케를 대표주자로 하는 실증주의 학파에 대해 반대의 견해를 보인다. 문서 숭배라는 형태를 통해 완성되고 정당화된 19세기의 사실 숭배를 비판하며 문서는 그 문서를 남긴 이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을 서술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사건만이 흐름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그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다. 역사서를 읽을 때, 저자의 이름을 지면에서 찾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간행 또는 집필 연대를 찾아야 하며 ~ 하략~"(p66)라는 그의 말은 그간 생각해보지 못했던 역사 읽기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역사가는 그가 쓰는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해 도덕적 판단에 치중해서도 안 되고, 역사에 있어서의 "우연"을  필연으로 믿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는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그가 이 강연을 했던 1960년대와는 5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 때문인지 이 책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는 도저히 읽기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 점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서 다시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의 생각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리고  "카가 위대한 역사가이긴 하지만 그의 역사 인식론에 머물거나 그것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p243)라는 옮긴이의 말을 위안 삼으며..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에 대한 나만의 그럴 듯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때까지는 더 열심히 읽고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며... 잠시 책을 덮어둔다.

 

 

 

잘못된 글자

책 앞날개에 실린 E.H.카의 생년 "1982년 런던 출생"은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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