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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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 뒤엔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왜?! "청춘"이란 두 글자를 보며 흥얼거리다 만 가요 끝에 눈물이 글썽여지는 걸까.

왜?! 젊은 날에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청춘불패]를 읽었다.  이 책은 작가 이외수가 젊은 날을 누리고 있음에도 젊음을 모르고,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사랑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그대에게', '열등감에 사로잡힌 그대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그대에게', '돈을 못 버는 그대에게', '자살을 꿈꾸는 그대에게', '시험으로 시달리는 그대에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대에게'.. 딱 나 같은 사람들 보라고 쓴 글이로구나.   "그대는 마치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인간으로 이 세상을 겉돌고 있었다."(p12) 그렇다. 내가 그랬다. 아니 그러고 있다.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인 인간으로 이 세상을 겉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한밤중에 깨어나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곤 한다. 그래도 지난 밤엔 고민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희망"이란 글자도 그려볼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슬펐다. 서글펐다. 책을 펴들기 전엔, 지난번 책 [하악하악]을 통해 처음으로 만났던 작가 이외수의 생기발랄함을 기대했었다. "팍팍한 인생, 하악하악/ 팔팔하게 살아보세"하던 그 유쾌함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펴들었는데,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작가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이른 봄에 처마밑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매년 날아오는데 궁금타. 지난 해 날아갔던 그 제비인지..그 제비의 새끼들인지... 제비는 몇 년을 사는지.. 보금자리도 마련하고 알도 낳고 그랬나 보다. 새끼는 네 마리. 며칠전까지만 해도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만 했었다. 어미가 날아오면 먹이를 받아먹겠다고 주둥이를 벌리는 모습이 정겨웠다. 하루는 새끼 제비 하나가 둥지 아래 떨어져 버둥대고 있어 둥지로 올려준 일이 있다. 날갯짓 연습을 했던 걸까?  그런데 어제 오늘은 둥지에서 어미가 가져다 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는다. 아직 멀리까지 날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둥지에서 멀지않은 빨랫줄까지는 날아갈 수 있는 모양이다. 빨랫줄에 앉아서 어미를 기다리곤 한다. 이제 곧 제비들은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겠지..?  올봄에 태어난 생명체가 알을 깨고 나와서 날개짓을 배우고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때까지 난 무얼했나 싶었다.

 

    글쓴이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겠다.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해 해 주고 싶었던 말을 내가 받아들인대로 정리해보자면 딱 한 마디다.  "그대는 지금 그 모습만으로도 멋있다."(p117) 한 줄의 글이 정말 고마웠다. 참 듣고 싶던 말이었다. "세상은 그대를 낙오병처럼 남겨두고 한사코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 그대의 친구도, 그대의 이웃도 그대가 모르는 사이 모두들 무슨 결탁이라도 한 것일까. 세상과 함께 바삐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p183) 나는 늘 제자리걸음인데, 사람들은 뛰어가고 날아가는 것 같아서 울적했다. 불면의 원인을 몰랐었는데, 외로움과 열등감이었나 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펴면, "쨍그랑. / 그리고 / 원샷. "(p194)을 해주시는 연세 많지만 친구 같은 작가가 있어서, 외로움과 열등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잉크냄새가 아니라 향기가 나는, 독자를 향한 세심한 배려가 손에 묻어나는 책이다.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의 처방전". 전력질주도 해보기 전에 힘들어 하는 나와 같은 청춘들에게 권한다. 절대로 지지 않을 청춘을 위하여. 오늘은 "쨍그랑 그리고 원샷" 대신 "쨍그랑 그리고 청춘불패"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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