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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 ㅣ 청소년을 위한 역사 교양 22
임선영 지음 / 두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같은 제목을 가졌음에도 글쓴이에 따라 혹은 번역자에 따라 참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 있다. 몇 개월 전에도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라는 제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책과 이 책은 제목이 같으니만치 공통점이 여럿 있다. 우선 책의 크기나 분량 같은 외형적인 면에서 아주 유사하다. 두 책 모두 관련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고, 본문의 내용을 콕 집어서 표현한 삽화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 내용이해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다른 점도 여럿 있다. 지난번의 책은 동양의 철학을 중국, 인도, 한국의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철학과 한국 철학에 중점을 둔 반면 인도의 철학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략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이 책의 경우에는 중국과 인도, 일본의 철학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 철학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데, 왜 자세히 다루지 않나 궁금했는데, 출판사의 도서 목록을 보니 "청소년을 위한 한국철학사"라는 제목의 책이 따로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짐작해본다.
지난번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를 읽으면서도, 굳이 "청소년을 위한"이라고 독자를 한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서 어투가 쉽고, 설명의 방식이 좀더 친절할 뿐, "성인들이 읽기엔 너무 쉽지 않을까?"하는 우려 따위는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이다. 특히 이 책의 현대철학 부분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중국, 인도, 일본의 철학자를 알게 되는 소득이 있었다. 책은 전체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도 큰 줄기는 중국철학이지만, 일본철학이나 인도철학에 대해서 소홀히 다루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동양철학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글에 사용된 용어가 너무 어려워, 분명 우리 말임에도 단어를 해석하느라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책들이 종종 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이..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설명으로 동양 철학의 이론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그 전에는 생각해보지 않았던(아니, "못"했던), 철학 속의 의미까지 한번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점이 참 좋았다. 그리고 당연한 설명의 방식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역사와 철학자의 삶의 배경을 통해 그의 사상을 정리해주는 글쓴이의 이야기 방식이 마음에 들거니와 이해가 쉬워서 수월하게 읽힌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새삼스레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글쎄다. 어설프지만, 철학이란 내가 세상을 보는 방법, 그리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으로 나를 이끌어주는 원동력 같은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대답해본다. 불가촉천민이라는 타고난 차별에 저항하려했던 암베드카르의 철학은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꿈이 아니었을까? "일본이 아시아의 문명화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명의 지도자 의식'"(p328)은 후쿠자와 유기치의 삶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문자의 해석에 급급한 책읽기가 아니라, 철학이라는 굵직한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제공해 준 책. "책의 모든 부분에 정성을 다했지만 특히 현대 철학 부분에는 마음을 더하였"(p336)다는 글쓴이의 말 그대로, 동양철학 전반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특히 현대철학 부분에 앎의 두께를 더해줘서 고마운 책 [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 아니, 모두를 위한 동양철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