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재발견 - 세계사를 뒤흔든
김도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역사"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책이 좋다. 그래서 얄팍한 독서이력이나마 다른 분야의 책들에 비해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조금 더 읽어왔다. 역사책에는 나와는 다른 시대, 다른 공간 속에서 숨을 쉬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책 속의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다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상 알고 넘어가야 그 다음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엄청난 이야깃거리가 되는 주제, 바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그닥 유쾌하지 않은 주제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 책의 글쓴이는 오히려 "세상에 전쟁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p6)하고 글을 시작한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이야기와 축구이야기이고,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한다던 우스갯소리가 갑자기 떠오르는 건 왜인지.... 관심사의 차이일까..

 

     하긴.. 그렇다. 역사라는 주제를 좋아한다면서 역사를 구성하는 가장 큰 틀 중의 하나인  전쟁이야기에 흥미가 없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전쟁이 없었다면 역사책은 훨씬 더 얄팍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세계사 특히 서양사를 배울 땐 왠 전쟁이 그리도 많던지, 밥 먹을 때도 칼이랑 포크 같은 위험한 것들을 들고 설쳐대는 사람들이라 성격 자체가 포악한가 보다고, 그래서 밥 먹듯이 싸움질을 했다고 여겨질 정도로, 서양사는 전쟁이야기의 연속이었다. 그런만큼 전쟁을 빼놓고 역사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전쟁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전쟁을 구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는 군대, 무기, 전투, 군가의 재발견을 통해 '전쟁 일상'이 세계사의 큰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폈다."(p7)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는  군대, 무기, 전투, 군가의 재발견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다. 책 말미에는 "세계사를 뒤흔든 전쟁사 연표"와 "세계사를 꿰뚫는 전쟁 영웅 어록"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데, 부록까지 합한 전체 분량은 350쪽 정도다.  기존의 전쟁사 책이 각 전쟁의 발단에서 전개과정과 종결까지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다룬 것에 비해,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군대, 무기, 전투, 군가"라는 주제로 묶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간략하게 토막지어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야기가 자세하거나 깊이가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전쟁에 관한 토막상식을 얻기엔 꽤나 괜찮은 책이랄까..

 

     2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새로운 무기들의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는 과학의 발달을 어떻게 보아야 할런지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 과학자 프리츠 하버의 삶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런지.. "유대인이지만 철저한 독일 민족주의자이며 주전론자"(p116)였던 그가 개발한 독가스.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남편에게 독가스 개발에서 손 뗄 것을 여러 차레 간곡히 부탁했지만"(p116)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의 부인 클라라 하버의 불행, 그리고 그가 개발한 독가스로 인해 엄청난 고탕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해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불행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런지...

   그리고 4장에서 다룬 "라마르세예즈", "존 브라운의 시신"등 군가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본 주제라 무척 흥미로웠다.

 

   "전쟁사를 읽을수록 전쟁이 얼마나 비참하고 무익한 일인지 자각한다."(p7) 그래. 역사책 따위 얄팍해져도 괜찮으니 이 비참하고 무익한 일이 더이상은 없기를...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p8)는데 앞으로는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지기를... 군대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도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기를...

   전쟁사에 관한 상식들을 얻기에 괜찮았던 책 [전쟁의 재발견].

 

 

 

 

 

 

 

 

 

 

 

잘못된 글자

38쪽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31년 1월

42쪽 1963년 7월 18일, 54연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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