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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에밀 부르다레 지음, 정진국 옮김 / 글항아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것, 낯설게 보기...
살아가면서 참 궁금한 것이 있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인사치레로 하는 형식적인 그런 말 말고, 남이 보는 "내"가 참 궁금하다. 그 "남"의 속마음을 내 속마음처럼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다. 많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너는 내게 묻지만 대답하기는 힘"들다는 어느 유행가 가사마냥, 대답하기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도 힘든 그런 질문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 역사나 문화도 그렇다.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우리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하기 때문일까, 새롭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외국인이 보는 "우리"가 참 궁금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고맙다. 고마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대한제국시기, 이방인이 본 "우리"의 이야기이다. 글쓴이는 프랑스인 고고학자 "에밀 부르다레". "한국에 관한 저술로서 프랑스인들이 애독했던 이 책을 남기고 수수께끼처럼 사라졌다."(책 앞날개)는 인물. 이 땅에 4년간 체류하면서 그가 겪은 이 땅의 우리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예전에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이라는,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시기를 다룬 선교사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책과 자꾸 비교해보며 읽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책임에도 [~조선견문록]과 이 책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조선견문록]의 글쓴이는 조선왕실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던지, 그 즈음의 조선정치와 왕실과 관련한 이야기가 자주 보였었다. 글쓴이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정치평, 인물평이 곁들여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은 정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즈음의 "민중"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물론 "에밀 부르다레는 한국의 역사에 대해 '서구인치고는' 대단히 높은 식견을 쌓았지만" 말이다.
그가 본 "이 작은 나라"(p120), "이 가난한 제국"(p122)의 민중은 "불결함, 비참한 모습과 마당에서 나는 악취에 놀라"(p286)게 될 정도로 더럽지만, "이 민족의 위대한 장점인 친절함"(p289)으로, 외국인인 그가 "어디든 안전하게 다닐 수 있"(p289)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는 "첫눈에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일이며, 이 겸손하고 작은 왕국은 반드시 알려지고야 말 것이다."(p84)며, 그 즈음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의 따뜻한 시선이 글의 곳곳에서 묻어나는 듯 했다. 또 하나,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건 "L.루이가 촬영한 청량리 홍릉과 마당극을 공연하는 서울 근교 축일 사진을 제외하고 모두 저자가 직접 촬영한"(p375) 여러 장의 사진이었다. 글쓴이의 눈에는 매우 이국적이고 특이하게 보였을 법한 그 시대의 풍경은 그의 글만큼이나 많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대한 제국기의 사회 모습이 담겨 있는 책.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낯섬과 새로움을 느끼게 해 준 책.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