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치의 꽃 정쟁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조선정치의 꽃 정쟁政爭]. 양장본에다 분량은 700쪽을 가볍게 넘기고 있는 이 책. 제목이 다소 딱딱해서 학술적인 책으로 여겼었다. 읽기 전에 조선 정치에 관한 논문집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기에 역사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내가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어서 걱정을 하며 펴든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걱정 때문에 이 책 읽기를 포기한 사람이 있다면 미리 말해두고 싶다.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 아님은 물론이고,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책이라고.. 분량이 다소 많긴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재미있어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꺼라고...

 

   이 책은 선조에서 순조의 즉위에 이르기까지 동서분당으로부터, "실로 조선 왕조 519년의 절반에 해당하는"(p739) 230여년간의 조선 정치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논문집이 아니다. 조선 후기의 정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한 편의 대하소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책이다. 소설적인 재미가 있어 읽기가 좋았고, 그러면서도 조선 후기의 정치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봄으로써 역사에 대한 상식을 얻기에도 괜찮은 책이었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 불행하게도 근대학문으로서의 역사연구는 그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시절"(p8)을 경험했으며, 더욱 불행하게도 광복 이후의 우리 역사 교육은 "조선총독부의 역사편수관이었던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경성제국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부임함으로써 일본인 교수가 근대학문으로서의 조선사를 강의"(p8)하는 것으로 출발하게 된다. "일본인이었기에 조선국과 일본국이 합병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강론할 수 밖에 없"(p9)었던 이마니시 류로부터 출발한 우리의 역사관은, 심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었고 아직까지도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는 식민사관의 폐단으로 우리는 조선시대의 정치를 부정적으로 보아왔다고 글쓴이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껏 흔히들 이야기되어온 조선의 정치는 "당쟁"이 아니라 "정쟁"으로 불리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쓴이는 "당쟁과 정쟁"의 의미를 이렇게 구분한다.

   "당쟁이란 어떤 의견이 옳고 그르냐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당의 이익만을 주장한다. 그러나 조선 조의 정쟁은 같은 색의 패거리에 대해서도 혹독한 비판을 함께 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올곧은 선비정신이 파당의 이익만을 주장하지 아니하고, 그 파당의 과실까지 철저하게 파헤치면서 임금의 실정과 전횡에 목숨을 걸고 직언하는 용기가 있었음을 의미한다."(p480)

 

    인간됨이 실망스러운 변덕쟁이 선조. 글쓴이는 어쨌든 "폐모살제"라는 혐의를 그에게 두지만, 글쓴이와는 달리  안타까움이 많이 드는 광해군. 역시나 인간됨이 실망스러워 도대체 무슨 "인품"을 보고 그를 임금으로 세웠는지 의문스러운 인조. 그리고  너무 빨리 가버려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소현세자. 북벌의 뜻을 품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결국엔 이루지 못하고 간 소현세자의 동생 효종. 부왕 효종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하는 논쟁에 휘말려야 했던 현종. 드라마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 희빈 장씨와 인현왕후 민씨. 그리고 숙종. 그의 불행했던 아들 경종. 역시나 선대의 불행을 피해갈 수 없었던 영조의 치세. 사도세자의 죽음. 정조의 치세에 이르기까지...

 

    헤아리기 힘들만큼의 다양한 인물과 정쟁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처음엔 700쪽이 넘는 분량이 걱정됐던 책이었지만 덮을 땐 좀더 두꺼워도 좋았을텐데 싶었다. 물론 이 책의 주제가 "정쟁"이라서 그렇겠지만, 정쟁 이외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생략된 이야기들이 종종 있었으므로... 그리고 더러는 글쓴이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주장도 있었지만, 역사를 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다른 생각"의 확인 또한 내 역사 지식을 살찌우리라.

   조선 후기 정쟁의 복잡한 전개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내 이해하기 쉽게 말하고 있는 책. [조선 정치의 꽃 정쟁 政爭]

 

 

  

 

 

 

 

 

책의 오류

 

256쪽 등장인물 소개 부분에서 "현종"에 대한 항목은, 현종과 효종의 두 인물을 혼동한 듯하다.

257쪽 등장인물 소개 부분에서 "윤선도"에 대한 항목 중 "효종 대의 예송논쟁"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인 듯 하다.

364쪽 12째 줄의 "정지澄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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