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 : 세상은 백성의 것이다 샘깊은 오늘고전 9
작자미상 지음, 윤기언 그림, 김기택 글, 강명관 해설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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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래를 만났다. 예전에 국사교과서를 통해 만났던 그는 반역자였다. 그 당시 일어났던 수많은 반란 중의 한 반란을 일으킨 수괴 정도로 기억에 담겨있었다. "홍경래의 난"이라고 배웠다. 혁명이 아니라 "난"이라는 이름을 보며, 그에 대해 배우기도 전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었다. 인상은 험상궂을 것 같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나이, 세상이 잘못됐다고 한번은 뒤집어져야 속이 시원할 것 같다고 울분을 토하는 우락부락한 반란의 우두머리..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땅이라 그가 "난"을 일으켰다는 서북지방은 낯설다. 상상 속의 그 곳은 척박한 자연환경을 지녔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홍경래라는 이름은 화적떼의 모습과도 연결되곤 했다. 임꺽정, 장길산과 같은..

 

   이 책은 작자미상의 "홍경래전"을 김기택이란 작가가 다시 다듬어 쓰고, 윤기언이라는 화가가 그림을 그려서 묶은, 홍경래에 관한 이야기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홍경래전"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반란이 실패하고서도 그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나머지 민간에서는 "OO은 죽지 않고 신선이 되었다."더라는 류의 미신 같은 신화가 홍경래의 이야기였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홍경래에 대한 배경지식없이 이 책을 펼쳐들었다.

 

   책에는 홍경래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과거에 낙방한 후 세상을 바꾸고자 거사를 도모하는 과정,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홍경래의 난"의 전개과정과 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까지 실려있다.  책말미에는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해설이 실려있기도 하다.

 

 영웅들은 어릴 때부터 싹이 남달랐던가..

  "가을 바람에 역수 장사의 주먹이요 / 벌건 대낮에 함양 천자의 머리라"(p14) 진시황과 형가에 대한 시제에 대답하여 홍경래가 열두살에 썼다는 시이다.  "내리치겠다고 쓰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의 말과 행동으로 보아 언젠가는 이 나라 백성을 괴롭히는 왕을 없애겠다는 무서운 뜻을 숨기고 있음이 분명했다."(p15) 

 

   얼마 전에 읽었던 어떤 역사서에서는 조선은 일본에 강제 병합 당하기 훨씬 전에 "이미 망했어야 할" 나라라고 극단적인 비판을 하고 있었다. 바로 홍경래에게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그런 나라였겠지? 

  "가난하고 힘없고 신분이 낮은 사람 가운데서도 특히 서북西北, 곧 오늘날의 평안도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심한 차별을 받았다.  - 중략 - 서울이나 충청도 사람들은 하인이나 심부름꾼마저 서북 사람을 부를 때 '사람'이라고 하지 않고  '놈'이라고 했다."(p23)  이유없는 차별과 냉대에 대한 울분, 그리고 소모적인 정치 싸움으로 읽관하고 있는 조정에 대한 실망, 삼정의 문란 등이 세상을 뒤집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지 않았을까...?

 

    "세상은 백성의 것이다."는 생각을 남들보다 빨리 가졌던 홍경래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가 일으킨 "난" 대해, 기존과는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했던 책, [홍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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