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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인들 -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
김후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대단한 책이다!! 먼저 이 책의 방대함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 607쪽이라는 어마어마한 쪽수도 그렇지만(두 권으로 분리해서 출판해도 괜찮겠다.) 책의 내용은 그저 역사상의 유명 여성들에 대한 "맛보기"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버린다. 이 책의 부제는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이다.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전기문으로도 손색이 없을만큼, 책에서 다루어지는 인물에 대해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을 좋아해 다른 분야의 책보다 역사책을 즐겨읽는 편이지만 "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책은 그리 자주 접해보지 못했다. 역사를 움직인 것도, 역사로 남겨진 것도, 역사를 기록한 것도 모두(대부분) 남자?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남자의 역사...? 그래서 역사는 "그의 이야기 History"던가....? 여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남자들의 이야기 말고, 남자들과 같은 시대를 살며, 역사 흐름에 어떻게든 영향을 주었을 절반의 인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는 해결된 듯하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을 자의적으로 선정해서 편의상 팜므 파탈, 아마존, 어머니, 혁명가, 구원자의 다섯 개 카테고리로 구분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 카테고리를 결정하는 다섯가지의 요소들 중에서 여러 개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류 작업도 쉽지 않았으며, 어떠한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었다."(p6) 글쓴이는 동서고금을 종횡무진 누비며, 다섯개의 카테고리 아래 총 34명의 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인물들은 이미 익숙하던 이름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익숙함"이란 게 사실은 그녀들을 표현하는 수식어 몇 자를 가지고,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글쓴이의 역사에 대한 넘치는 지식에 매료되어 600쪽이 넘는 베개 같은 책을 지겹다는 생각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 엄청난 양의 이야기를 거칠고 짧은 글에다 요약해서 이야기하기가 참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줄기는 그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그려져 온 그녀들에 대한 바로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분야에서 비슷한 업적을 남겼지만, 도덕적인 면에서는 비난받아 마땅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역사는, 그 남자에 대해서는 그 업적을 부각시켜 훌륭하다 하지만, 그 여자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면을 부각시켜 방탕했다 말한다. 무측천이나 예카테리나 1세와 예카테리나 대제, 에비타(에바 페론), 로자 룩셈부르크, 루 살로메, 이사도라 던컨, 조르주 상드와 같은 여자들은 그런 관점에 의해 부당하게 평가되어 온 인물들이 아닌가? 그녀들이 "그"들이었다면 지금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역사에는 항상 관점의 문제가 따른다."(p254)는 말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책에 대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우리 역사 속의 인물은 한 명도 없다는 것. 글쓴이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편 책에 수록할 인물들의 명단이 확정되고 원고가 절반 이상 넘어가면서 그간 거론되던 한국의 여성들이 모두 탈락하였다. 이 책을 준비하면서 우리의 역사는 여왕을 세 분이나 배출했고 상당히 많은 여성들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록된' 역사에는 그 여성들에 대한 기록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p6)고... 아쉽다. 한국사의 여성에 대해서는 "[한국사 여걸열전]/황원갑 저/ 바움"을 읽었던 것으로 그 아쉬움을 채워야겠다.
잘못된 글자
1. 263쪽 : 당시는 당 태종 이세민이 통치하던 "개원의 치"?
2. 346쪽부터 다루어지는 조르주 상드의 이야기에서는 연대표기가 잘못된 것들이 많다.
(347쪽 : 그녀는 "1931년" 초 파리로../352쪽 : 쇼팽과 상드의 관계가 끝난 이유는 상드가 "1947년"에 발표한 )
3. 506쪽 : 후일의 공식기록이야 어찌되었건 바꿀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은 "1902년"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