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 쇼가 있는 경성 연예가 풍경
김은신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관심이 절로 가는 책이었다. [여러분이시여 기쁜 소식이 왔습니다]!!! 눈길이 절로 가는 제목이었다. 무슨 기쁜 소식이길래?! "쇼가 있는 경성 연예가 풍경"이란다. 더욱 관심이 간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경성"이란 두 글자가 무척 유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경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제강점의 어두침침함이 연상되곤 했는데, 지난해에 그 시절 경성의 이야기를 다룬 두어권의 책을 읽고부턴가 보다. 지금은 그즈음을 어둠침침하지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오히려 전근대인 모습과 근대적인 모습이 뒤섞여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던 그런 공간, 그런 시대로 먼저 떠올리곤 한다. 영화[라디오데이즈] 역시 그런 경성의 밑그림에 영향을 주었다. 시대적인 우울함이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의 우리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일상을 영위해나갔던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가 손에 잡히는 것 같아서 정말 유쾌하게 봤던 영화..
사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도 그런 기대감을 가졌었다. "점쟎던 경성이 왜 이리 시끄러운가!"(앞표지). 한편에서는 꼬장꼬장한 어르신들이 못마땅한 눈초리로 장죽대를 들고 호통을 치고, 또 한편에서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꼴불견"들이 난리법석을 떠는...그런 충돌이 빚어내는 떠들썩하고 사람냄새 물씬 나면서도 뭔가 "점쟎치 못한"(?) 그런 분위기의 책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그리 떠들썩하지 않다. 참 차분하다....! 이제 갓 대중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연예인"(당시엔 그런 말이 없었지만)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연예인의 원조격이랄 수 있는(이렇게 말하면 현재 연예인들이 아주 기분이 나쁠지 모르겠지만...) 기생과 사당, 만담가들의 초창기 활동에 대해 너무나 차분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떠들썩한 뭔가"를 기대했던 내겐 다소 심심한 책이었다. 내용의 절반은 기생들의 조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으며, 어떤 조합에 어떤 기생들이 포함되었다는 등의 이야기, 그리고 "연희"를 펼치는 무대로서는 어떤 극장들이 있었는지의 이야기, 만담가들의 레코드판 취입 이야기, 재담꾼 박춘재와 신불출에 대한 이야기....
사실 그것 자체로, 우리나라 연예사의 초기 모습들이라 흥미로운 주제들이기는 했다.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연예인들은 이랬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글쓴이가 독자의 "흥미"에 대해서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고 책을 서술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이건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좀 더 떠들썩하게, "익살맞은 대머리"를 히트시킨 신불출과 같이 조금더 재미를 섞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독만담은 풍자와 해학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자칫 강연이나 야담이 될 수 밖에 없다."(p347).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어 흥미롭긴 했지만 다소의 아쉬움이 남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