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여우누이]를 읽고

어여쁜 여우 누이 ㅣ 바우솔 작은 어린이 10
강숙인 지음, 소연정 그림 / 바우솔 / 2008년 12월

 

    전래동화의 재구성?!

   전래동화인 "여우누이"이야기는 한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우리네 옛날 이야기에 늘 등장하는, 인간이 되고자 하며 짐승과 인간의 간을 빼먹는 불여시(?!)의 이미지를 가진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한 가족에게 재앙을 가져다주는 이야기 말이다. 이 책 [어여쁜 여우 누이]의 기본틀은 전래동화 여우누이의 그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나는 구미호의 간절한 바람이 늘 그렇게 슬프게 끝나는 것이 아쉬웠"(작가의 말 中)다는 작가는 전래동화 여우누이의 앞뒤에다 이야기를 덧붙여 [어여쁜 여우누이]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새삼스럽다. 그간 그 생김 때문에 "교활하다"는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던 여우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별 이유없이, 이유가 있다면 그저 인간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에 자신의 우상(?)인 "인간"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여우의 이미지는 너무나 당연했기에... 그렇기에 그런 여우의 역할(?)에 대해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작가는 여우누이의 이야기에 "왜?!"라는 의문을 던짐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로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이야기되고 있는 여우누이의 이야기가 너무나 그럴 듯해 앞으로 "여우누이"라면 나는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야기는 이렇다. 인간이 되고자 "도"를 닦고 있다는 "천년여우"가 산다는 어느 마을 뒷산. 그 전설은 입에서 입으로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지만 그 전설을 믿지 않는 "솔메" 아버지가 있다. 솔메네는 마을의 알부자로 아들 셋(솔메가 막내)을 두고 사는 행복한 가족. 솔메 아버지는 마을 뒷산의 여우를 잡아 여우목도리로 만드는데.... 이후 집안엔 고명딸인 나리가 태어나 행복하지만, 나리가 커가면서 알 수 없는 우환이 생기고 그 원인이 나리라는 걸 알게 된 솔메는 아버지의 냉대로 집에서 쫓겨나는 이야기..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비슷하지만 이 책에 실린 여우누이의 이야기에는 인간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여우"를 측은케 여기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녹아져있다. 작가의 마음씀이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구나 하는 발견을 할 수 있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림이 다소 적게 들어가 있어서 글자를 스스로 읽을 수 있고, 비교적 긴 이야기도 읽어나갈 수 있는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