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조선인물실록 - 역사적 인물들, 인간적으로 거들떠보기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책은 재미없고 역사는 고루하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책은 재미있고 역사는 더 흥미롭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니, 보여주고 싶다."(p308)라는 저자의 말이 최소한 나에게만은 먹혀든 모양이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사실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얄팍한 독서력이나마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 역사책을 많이 읽게 되지만, 그리고 역사 속에서 재미를 발견하곤 하지만 때때로 역사책이 "고루"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역사 속에 등장하는 훌륭한 인물들은 "최소한의 본능마저도 억제한 인조인간 같은 느낌"(p4)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유명인물들의 이야기는 "박제된 역사"(p6)가 아닌, "우리 옆집에 사는 좀 잘 나가는 아저씨 아줌마"(p7)처럼 인간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것이다.

 

     역사교과서에 등장하는, 그래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조선시대의 유명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있다. 이 책에 실린 그들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일뿐 이 또한 사실인 이야기들. 

      문익점과 목화씨에 관한 이야기는 지난번에 다른 사서를 통해서도 이미 들었던 터라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 문익점은 그간 잘못 굳어진 역사 지식의 수혜자였던 셈이다...! 

      역사책에 기록된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기록된 정치적 업적들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써의 삶도 큰 문제없이 그저 순탄했을 것만 같은 두 남자, 세종과 황희의 가족사는 그야말로 "속시끄러운" 문제 투성이였다. 1,2차 왕자의 난을, 그리고 태종이 자신의 처남들을 가차없이 처형했음을, 그리고 세종의 장인 심온이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당했음을,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문제를 세종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자신의 삼촌, 외삼촌을, 그리고 장인을 죽여버린 아버지를 바라보아야 했던 세종, 그리고 그가 무척이나 아꼈던 자손들의 순탄하지 않은 삶.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세종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들을 생각해보게 됐다.  같은 역사적 사실을 두고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는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태종의 부마가 되기를 거부했던 삶이 몰락해버렸던 이속에 관한 이야기나 이성계의 장남 이방우에 관한 이야기, 83세의 고령으로 과거시험에 합격한 박문규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터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해본다. 톡톡 튀는 목차만큼이나 "재기발랄한 문체!", 그리고 글쓴이의 독특한 역사보기가 어우러져 재미와 함께 역사적 지식까지 함께 전해주고 있는 책이라고.  "능력도 지식도 끈기도 부족하"(p308)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글쓴이 덕분에 그보다 더 "능력도 지식도 끈기도 부족"한 나 같은 독자는 역사이야기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음을 그저 감사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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