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이유정 푸른숲 작은 나무 13
유은실 지음, 변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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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나도 그랬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삼학년 때, 오른손 왼손은 삼 학년 때, 좌향좌 우향우는 고등학교 때 깨쳤"(책앞날개)다는 글쓴이보다는 내가 조금 빠르긴 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어려운 게 너무 많았다. 오른쪽 신발과 왼쪽 신발을 구분하지 못해서 양쪽 신발을 바꿔 신고 다니기도 했고, 아빠를 졸라서 마련했던 전자손목시계의 2와 5를 구분하지 못해서 2와 5가 나오는 시간은, 시간을 말하는 대신 손목시계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달력에 나오는 음력과 양력은 도통 알 수가 없어 음력으로 지내는 부모님의 생신은 날짜가 늘 헷갈리기만 했다. 그런 기억들이 생각 밑바닥 속에 가라앉아있다가 이 책 [멀쩡한 이유정]을 읽으면서 다시 쏘옥 고개를 내밀었다. 맞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고....

 

    이렇게 어린이들 이야기를 실감나게 얘기할 줄 아는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은 걸까.. 혹은 어릴 때의 그 순수했던 마음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걸까.. 궁금하다. [멀쩡한 이유정]이라는 제목으로 묶인 이 책에는 다섯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할아버지 숙제>, <그냥>, <멀쩡한 이유정>, <새우가 없는 마을>, <눈>...

    어려서도 지금도 창작동화라는 걸 가끔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진짜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다섯편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이다. 주변에서 정말 있을 법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숙제>에 등장하는 경수의 양쪽 할아버지들은(이미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마냥 자상하고 훌륭한 그런 할아버지들이 아니었다. 친할아버지는 약주 한 잔 하시고 골목에서 노래를 불러대기도 하시고 그러다 넘어져서 이마에 흉터도 있던, 그래서 할머니는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하는 그저그런 보통 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잘 생겼지만, 노름하고, 담배 피우고 그러다 폐가 나빠져 일찍 돌아가신 그런 보통 할아버지. 참 서민적이다. 

     <새우가 없는 마을>에 등장하는 기철이의 할아버지 역시 그냥 보통 할아버지다. 손자 녀석 버려두고 어디로 가버린 아들 내외를 대신해 철없는 손자를 돌보며, 폐지와 빈병을 모아서 살아가는 생활보호 대상자.  동화책에서 예쁘고 꿈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참 좋겠지만, 이 책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멀쩡한 이유정>의 주인공 유정이는 4학년이지만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잘 찾지 못하는 "길치"다. 실제로 이런 녀석이 있으려나...? 싶을만치 길을 너무 못 찾는 녀석. 하지만 그래도 이 녀석 "멀쩡하다". 그럼 됐지 뭐...

   <그냥>에 등장하는 진이는 동생의 출산으로 며칠 간 고모집에서 생활하게 된 아이. 평소 "엄마가 짜 놓은 시간표대로 학원에 가고, 숙제를 하고,, 학습지 과외를" 하던 그런 아이가 약간의 "일탈"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다. 맞다. 요즘애들 참 안쓰럽다. 자기 덩치보다 더 큰 가방 짊어지고 어깨가 축 늘어져서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 보면 안타깝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생각은 그저 철없는 자의 짧은 생각이려나...

 

  읽고 있자니 재미있기도 하고 가슴이 짠하기도 했던 그런 이야기들.. 불현듯 어릴적 일기장을 꺼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화책. 아이들에게도 괜찮을 것 같지만, 아이들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도 괜찮을 것 같은 동화책으로 기억 속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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