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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역사 - 잃어버린 나라 고조선
조승완 지음 / 어드북스(한솜)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왜곡된 역사]라.. 책에 대한 별 사전정보없이,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과 제목을 통해 무척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지 두껍지도 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했던 책이지만, 읽기에 만만찮은 책이었다. 이 책은 재미보다는 확실히 학술적인 분위기의 책이라, 역사논문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적인 서적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말하건데,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나마 책에 대해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이 책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역사학계에서 소위 "정설"로 불리우는 고대사의 사실들이 실은 자가당착적인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일일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병도로 대표되는 역사학계의 기존 학설은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은 것들로써, "섣부른 추정"과 "위험한 역사인식"의 소산물이며 "매우 잘못된 학설"들이 많고, 그러한 주장들을 싣고 있는 "교과서 개정이 시급하다."(p184)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간 역사학계를 주도해온 강단사학자들에 의해 잘못 굳어져온 고대사의 "지리"문제가 우리의 고대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식되게끔 끌어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우리가 흔히 "고구려의 남진정책"의 소산물로 알고 있는 장수왕대의 "평양 천도"에서, 장수왕이 수도로 삼은 "평양"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대동강변의 그 "평양"이 아니라는 것, 고대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요동"이라는 지명 또한 현재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시대에 따라 그 위치가 바뀌어왔다는 것. 청천강의 옛 이름이라 여겨온 패수에 대해서도 기존 사서와는 달리 이야기하고 있다. 글쓴이는 중국측과 우리측의 여러 사서들을 비교 연구하여 그러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학계에서 그간 정설로 받아들여져 온 이병도 박사의 학설에 대해서는 그 주장 자체로도 자가모순인 부분이 무척 많으며, 또한 기존 학계의 학설들은 자신의 학설에 맞지 않는 사료들에 대해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식의 입맛에 맞는 사료만을 선별 수용해왔다는 주장이 되겠다! 만약 글쓴이의 의견이 맞다면 우리의 고대사는 많은 부분 수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너무나 엄청난 이야기들이고, 또 얄팍한 역사지식 밖에 가지지 못한 내가 읽고 소화시키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은 책이었다. 이 책이 한정된 독자(전문가)만을 위한 책이 아니기 위해서는 좀더 쉬운 말로 써내려갔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이 책에 수없이 등장하는 지명과 국가명에 대해서는 글로 된 설명만 보고선 머리 속으로 그려내기엔 어려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물론, 글쓴이는 몇몇 종류의 지도를 이 책에 싣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한 이해가 불가능했다.)
책을 읽으며 엉뚱하게 나는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학자들이 왈가왈부하는 그 시대, 그 지역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남겨진 사료만으로는, 나와 같이 앎이 얄팍한 독자들은, 아무래도 고대사는 "누가 말이 더 그럴 듯 한가?"의 내기밖에 안 될 것 같다는 아주 비역사적이고 몰지각한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