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미술사
바이잉 지음, 한혜성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에 관해선 문외한이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일까 미술책은 탐이 난다. 읽어보고 싶고, 더 많이 보고 싶다. 그렇게 미술 문외한의 타이틀을 떼어버리고 싶은거다! 기존에 몇 권 접했던 미술에 관한 책들은 특정 (유명한 서양)미술관을 순례하며 작품을 소개하는 형식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서양" 미술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 "지도로 보는 세계 미술사"는 제목부터 "세계"를 표방하고 있고, 더군다나 "史"자가 붙은 책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전세계"의 "역사상"의 미술을 더군다나 "지도"와 함께 파악할 수 있다니 기획의도만으로도 눈길이 가는 책.  더군다나 저자가 중국인이다. 서양인의 관점이 아니라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보는 세계미술사에 관한 이야기라 더 궁금했다.

 

   전체 여덟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미술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세계 미술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장 앞머리에서 '미리보기'를 통해서 본문에서 다룰 시기에 대한 미술사에 대한 개관이 간략히 실려 있고, 그 다음으로 vision map 코너를 통해 지도상에 번호를 매겨가며 중요한 미술사적 사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 다음 본문에서는 각 시기 미술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가 이루어지는 형식.

 

   이 책을 한장한장 넘기며 든 생각은 근현대이전에는 미(예)술과 일상의 구별이 없었다는 것. 미(예)술과 관련한 이야기지만 실은 인류의 생활사와 구분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시시대의 주술적 예술의 흔적들, 서양 중세의 종교화, 종교 건축물들을 보자면 말이다.  그렇기에 글쓴이가 차분히 설명해주고 있는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듣다보면 미술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관한 지식까지 얻게 되는 장점이 있는 책이었다.  특히, 많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유럽의 미술 뿐만 아니라, 백인 이주 이전의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미술에 관해서도 꼼꼼히 설명해주고 있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다.

 

   그리고 현대 예술에 관한 설명을 통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접했다.  책 380쪽에 소개된 행위미술가 이브 클랭(이브 클라임)의 "허공으로의 도약"이나 "죽은 토끼에거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는 내 이해의 범주를 뛰어넘는 행위이긴 하지만 그래도 새롭게 뭔가를 알게 된다는 것에 대한 재미가 있는 부분이었다.  예전에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참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기성품의 응용은 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색에 잠기게 하며 새로운 예술 창조의 길을 열어주었다."(p311)는 글쓴이의 해석이 고마웠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세계"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을 읽다보면 "우리 나라" 이야기는 언제 나올까 기다려지곤 한다. 특히 이 책처럼 외국인이 쓴 책에서는 더욱 그렇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현대미술에서의 "백남준"을 제외하곤 한국의 미술에 대해서는 설명이 전무하다. 일본미술에 대해서는 꽤나 여러번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한국 미술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런 소개가 없으니, 다소 섭섭했다. 이런 류의 "섭섭함"까지 다 고려한다면 이 책은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지지도 못했을려나...?  그러나 미술이란 세계를 새삼스레 생각해보게끔 했던 좋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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