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조 누르하치 비사
후장칭 지음, 이정문 옮김 / 글로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표지만 보고서 무협지인 줄 알았던 책. 무협지를 읽어본 적이 없어 다소 망설였지만 "역사소설"이라는 네 글자에 끌려 펼쳐든 책이다. 다행히(무협지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역사소설이었다. 중국의 역사에 대해 배우면서 "청"나라와 "만주족(여진족)"에 대해 그간 머리속으로 그려왔던 이미지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문명인(한족,명나라)"에 대비되는 미개하고, 후진적인 "야만인"의 모습을 그려왔달까...?  그들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말이다. 얄팍한 앎을 바탕으로 한 성급한 일반화 같은 것이었나보다.

  

    소설이긴 하지만 탄탄한 역사적 사실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 책을 통해 후금(청) 초기의 역사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된 기분이다. 청 태조 누르하치의 일대기를 그린 이 이야기는 누르하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명나라의 장군 이성량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조`부의 원수를 갚고자 스물 다섯의 나이에 열세벌의 갑옷으로 군을 일으켜 명에 대적하여, 그 세력을 떨치게 된 누르하치의 삶이 이야기의 기둥이다.

 

     새로운 왕조를 일으킨 창업주라면, 비정하고 피도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혈한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을 통해 본 누르하치의 삶은 연민을 일으킨다. 가까운 친척의 배신으로 사랑했던 아내를 잃게 된 것이나, 어린 시절 함께 고생을 했던 동복동생 서이합제와의 반목. 그리고 결국 동생을 처형하게 되는 것이나, 자신의 장남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처형해야 했던 그의 삶을 생각하자면 말이다. 권력이라는 것, 정치의 현실은 혈육의 정마저 끊는 것이던가....?   권력의 속성상 그것을 유지하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를 둘러싼 끊임없는 암투는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현상인가 보다. 특히 그 대립의 축이 가까운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 더욱 안타까움과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던가. 여자, 특히 "예쁜!" 여자에 대한 사나이들(!)의  소유욕과 정복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이 책에서는 특히 "미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목과 대립이 많았다. 어리석어 보이기도 했지만, 뭐 그래도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500여페이지에 이르는 꽤나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이해하기 쉬워 읽기에 지루함이 없었던 책이다.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매번 생각하지만, 읽는 재미와 함께 "앎의 재미"까지 있어 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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