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윤복]을 읽고

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신윤복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말들이 많다. 요즘 대세는 [바람의 화원]과 [미인도] 때문인지 그가 남장 여자였다는 설이 그럴 듯 하게 여겨지는 추세인 듯 하다. 남자라는 사람들도 있고, 여자였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도 다양하다. 난 사실 잘 모르겠다. [바람의 화원]을 읽지도 보지도 못한 탓도 있고, [미인도]를 보지 못한 탓도 있다. 그래서 나는 별 의심없이 그가 "남자"였을 거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신윤복의 가계도가 나타나거나 혹은 그 스스로가 성별을 밝힌 글 따위가 나타나거나 또 혹은 신윤복의 묘가 발굴되어 그의 유해를 찾아서 성별 감정을 해보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스스로를 이렇게 광고하고 있다. "혜원 신윤복이 여자라고? 그러나 그는 분명 열혈대장부였다! '바람의 화원'과 '미인도'의 역사 왜곡을 정면 반박한 문제작"이라고... 하지만 글쎄다. 이 책이 스스로를 "문제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다 읽고 나서도 이 책이 문제작이어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이 책도 소설이지 않은가....?  신윤복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남겨진 정보가 전무하다시피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아, 신윤복이란 사람은 이렇게 살다 갔구나."하고 마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는 없었다. 바람의 화원이나 미인도와 이 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의 두 작품이 그를 여자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남자로 설정하고 있는 것 외에는 없지 않은가...?

 

   음.. 이 책은 뭐랄까..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조선후기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계보와 화풍에 대한 한편의 강의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세황, 김홍도, 김득신, 최북 등의 삶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이 중심이 되고 있어 사실 초반에 소설적인 재미는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후반부는 통속적인 그림을 둘러싼 정조 임금과 김홍도* 신윤복의 대립이 주축이다. 가문의 몰락과 그림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정조와는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삶의 파탄을 맞게 되는 신윤복의 모습이 안타깝긴 했으나.. 글쓴이가 그려낸 신윤복의 삶 또한 "아, 정말 그랬겠구나"하고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정도로 글쓴이에 대해 공감하고 만 것은 신윤복이란 인물 자체에 대한 의문 때문일 수도 있겠다.

  음..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오랜 기간 조선 회화사를 공부해야 했"(작가의 말)던 글쓴이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신윤복과 그의 시대를 완벽하게 재현해"(뒷표지 문구)냈는지의 여부를 확신하기는 그 누구도 힘들지 않을까... 신윤복이라는 인물에 대해 정답과 확신을 얻길 원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건 나의 이해력 부족 때문일까...



 

*책 125쪽의 "세종대왕의 형인 안평대군" 이라는 표현은 잘못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