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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 500년 조선사를 움직인 27인의 조선왕, 그들의 은밀한 내면을 파헤친다!
강현식 지음 / 살림 / 2008년 10월
평점 :
이 책을 두고 읽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매력적인 책이니 한번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학창시절 국사공부를 하면서 숨이 턱턱 막혔던 건, 분명 "사람의" 역사일텐데 사람들은 죄다 어디로 가버리고, 제도가 어떻게 변했고, 상업이 농업이 어떻게 변했고 등의 껍데기만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핑계 같지만, 그래서 역사공부가 하기 싫었다. 선생님들은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늘 말씀하셨지만, 공감할 수 없었다. 하긴 지금 생각하니, 선생님들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제한된 수업시간,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시험"이라는 괴물 때문에, 사람 냄새나는 역사수업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그래서 교과서에 밑줄 긋고,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은 밑줄에 형광펜까지 표시해가며 그렇게 역사수업을 이끌어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겠지..
학교를 졸업한 뒤 한두권씩 역사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교과서를 보며 무작정 외우기만 했던 그 단어들의 나열 뒤엔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구나 알게 되는 것이 참 좋았다. 그 시절 사람들은 이런 일들 때문에 서로 대립했으며, 그 대립 혹은 이해의 결과물이 내가 무작정 외웠던 그 단어들이었구나 알게 되는 재미...?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참 매력적이다. 내가 그토록 궁금해했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역사이야기.
"수많은 피바람, 가슴 아픈 비극을 초래한 것은 바로 그들의 마음이었다."는 책의 광고문구는 이 책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심리학이 전공인 이 책의 저자는 조선의 27인의 왕들의 삶과 행동에 대해 심리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글쓴이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는 양가감정(p22)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그에 비해 그의 아들 태종은 단호했다. 연산군의 친모 폐비윤씨는 경계선 성격(p96)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결국 자신을 파멸로 몰아갔으며, 그 영향은 아들에게까지 미쳤다. 인종은 자기충족예언(p123)을 실현했던 사람, 그 대척점에 있었던 문정왕후는 편집성 성격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인조가 확증편향(p195)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불행한 결말이 나고 말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숙종은 어려서부터 왕이 될 사람으로 떠받들어졌기 때문에 나르시즘적 성격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인물의 성격을 분석하며 역사를 바라보니 그간 역사책을 읽으며 "대체 왜..?!"라는 의문을 가져야했던 역사의 빈 곳이 많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된 느낌 때문에 뿌듯하기도 했고.. "사람"에 대해 이해가 당시 사회상에 대한 이해로 연결되는 점이 좋았다. 역사에다 심리학에 대한 지식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은 생각에 뿌듯하다. 이런 게 책을 읽는 재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