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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행복의 지도.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행복하지 못했다. 물론 책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다. 뜻하지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주변의 사건들과 그것들과 관련된 나의 언행과 사고방식이 얽혀져 자꾸만 불행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씌인 책을 펼쳐들 때마다 마음이 편치 못했다. 글쓴이와 함께 “행복”한 그 곳을 찾아가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자꾸만 딴소리를 해대니 책을 읽는 시간도 훨씬 길어져버렸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다. 5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책에서 글쓴이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라(10개국)를 돌아다니며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하냐고 묻는다. 그곳에서 행복의 요소를 찾고자 한다. 그들과 행복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행복을 경험하고자 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가 혹은 “어떤 사람”이 행복한 걸까..? 잘 모르겠다. “저자는 모두 10개국을 돌아다녔다. 그럼 그 중에 가장 행복한 곳은?..... 모른다. 사실 이런 질문에 확실한 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p481, 옮긴이의 말) 그렇다. 행복에는 개인차가 있다. “행복한 곳”을 찾아내겠다는 글쓴이의 시도는 그러므로,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의문이 아니었을까?.
천연자원의 혜택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하게 된 카타르 사람들은 행복한가? 반면, 구소련의 일원이었다가 지금은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몰도바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가? 마약과 성매매라는 금기가 더 이상 금기가 아닌 네덜란드 사람들은? 매우 열악한 자연환경을 가진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정신적 만족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인도 사람들은...?
모르겠다.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져버려서인지, 독해력의 부족인지 나는 이 책의 핵심을 찾아내진 못했다. 하지만 단 하나. 이 책을 읽는 지난 열흘 동안의 개인적인 사정과 이 책이 함께 어우러져 끊임없이 행복에 대해 생각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어떤 것이 행복일까..? 글쓴이처럼 나 또한 끊임없이 물어야 했다. 행복이란...?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행복이란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라고... 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내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하고 감사할 수 있는 그 마음이라고...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는 어느 한 남자의 글을 통해, 나 또한 끊임없이 "행복"이 무어냐고 묻게 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