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이수광 지음, 정윤정 외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살인에 관한 이야기만 잔뜩 읽었더니 다소 으스스하다. 간밤에 잠자리에 누워 읽은 이야기는 하필이면, "돌아온 옥이 살인사건"이라는 소제목의, 귀신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의 이야기라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늘 부족한 상상력을 탓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찌된 것이 장면 장면이 너무 상상이 잘 되서 추석도 지난 이 늦여름에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오싹함이 들어 애를 먹었다. 작가의 장면묘사가 훌륭해서인지, 부족한 상상력이 끔찍한 장면을 상상하는 데만 비상한 능력을 부리는 탓인지 모를 일이다.

 

   별순검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모았고, 마니아층까지 형성했다는 인터넷뉴스를 얼핏 본 적이 있다. 예전엔 tv드라마를 시간 맞춰 잘 챙겨보았건만 최근 몇년간은 그런 기억이 없다. 드라마가 끝나갈 때 쯤 "그 드라마 재미있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 번 보기나 할껄 하는 아쉬움이 들곤 했다. 별순검이라는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

 

  별순검을 책으로 읽었다. 읽고나니, 드라마로 봤더라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별순검의 시대적 배경은 1895년 갑오개혁에서 1905년 을사늑약까지다. 1895년은 일본군의 경복궁 난입사건, 청일전쟁, 동학농민전쟁, 명성황후 시해사건 등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던 시기였다."(서문 중에서) 시대적 배경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도 "뒤숭숭하다." 어느 죽음에 사연이 없겠냐만은 사연많은 사람들의 생과 사의 모습은 그 시대를 담고 있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그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일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열한가지의 살인사건을 살펴보는 일은,  제국주의 외세가 국내정치에 위협을 가하고, 전통적인 신분사회가 무너지고 있던 때, 양반과 평민, 조선인과 외국인, 신사상과 구시대적 발상이 마구 뒤범벅되고 그에 따른 혼란으로 소용돌이치던 그 시대의 생활상과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그 시대의 사건 해결을 담당했던 별순검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기회이기도 하고.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한 점은, 서구 중심의 교육을 받아온 탓인지 서양의 것은 우월한 것, 우리 전통의 것은 열등한 것으로 도식화해왔던 이분법적 사고. 서양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해왔지만, 우리 나라는 주먹구구식으로 해결하지 않았을까 하는 잘못된 사고 방식이 내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별순검들이 [무원록] 등의 서적을 참고하여 과학적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방식이 유독 눈에 띄었다.

 

   요 근래  그 시대 경성(한성)에 관한 이야기를 몇 권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책들의 공통점은 자살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것. 그 시대 사람들도 그렇게 살다 그렇게 죽었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닌 듯 하다. 얼마전에 한 연예인의 가슴 아픈 자살 때문에 뒤숭숭했는데, 삶이란 게 그런가 보다. 다들 힘들고 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 가지고 살아가는... 죽음을 통해 삶을 생각케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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