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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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교수의 이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왔지만, 어떤 분인지도 잘 몰랐고, 그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등  유명한 책들도 읽어보지 못했다. 이 책 [청구회추억]이 내겐 신영복 교수와의 첫 만남이다. 글쓴이에 대한 기본상식없이 예쁜 표지에 끌려 선택한 책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주년을 출간하는 기념 오디오북 CD가 딸려있었다. 글쓴이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하지만, 그가 장기간 감옥에서 생활했다는 이야기는 어디서 주워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오디오북부터 먼저 들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에 들어있는 16부분의 작은 주제를 낭독해 오디오북으로 만든 것인 듯 한데, 그 중에서도 열네번째 실린 "여름 징역살이"가 마음을 짠하게 했다.  없이 사는 사람들에는 겨울이 고역이지만, 없기는 더한 징역살이에서는 겨울보다 오히려 여름이 못 견딜 계절이라는데 그 이유가 더위 때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증오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 미움 받아야 한다는 것..

 

  오디오북도 다 듣고, 책도 다 읽고 난 후에야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검색을 해 보니 인혁당 사건으로 약 20년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이 쉬워 20년이지, 그간 삶의 시간이 아니었으리라. 이 책 [청구회추억]은 그의 옥살이 초기에 쓴 짤막한 이야기이다. 글쓴이가 1966년 어느 봄날 서울대학교 문학회 학생들과 서오릉으로 소풍을 가는 길에 만난 여섯 명의 아이들과 청구회를 결성하게 된 사연과 청구회 모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루한 차림의 아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모임으로까지 만든 글쓴이의 순수한 마음과 60년대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 아련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한 이야기다. 그 여섯아이들 대부분이 가난해 중학교로 진학할 수 없어,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회로 진출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청구회 모임에 즐겁게 참여했던.. 그리고 다 큰 어른(?)인 글쓴이가 그들과의 만남을 꾸준히 이끌어 나갔던 점도 무척 신기(?)해 보인다. 함께 실린 순한 삽화들 덕분에 마치 한편의 동화를 읽는 것 같았다.   글쓴이의 갑작스런 징역살이로 인해 와해되어 버린 그들의 만남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만약 글쓴이가 감옥으로 가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직도 청구회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지 않을까..? 어려운 시절을 만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 시대의 가슴 아픈 추억. - 청구회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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