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후의 인간 경영학
리 아오 지음, 강성애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책 제목을 보고,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던 책이다. "서태후의 인간경영학". 역사책은 즐겨 읽지만, 자기계발서류의 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제목이 "서태후의 인간경영학"이라니.. "서태후"라는 단어에는 무척 관심이 가지만, "인간경영학"이라는 단어는 그닥 끌리지 않는다. 제목 때문에 이 책의 성격을 두고 자기계발서일까, 역사서일까 성격을 가늠해보기 힘들었다. 인터넷서점 몇 군데를 둘러봐도 마찬가지. 경영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곳도 있고, 동양사 중에서도 중국사로 분류되어 있는 곳도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경영이나 자기계발서로 분류하기보다는 서태후라는 인물과 그녀가 살았던 시기의 중국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서로 분류해야 맞을 것 같다.  역사서를 좋아하는 내겐 참 다행이지만, 이 책을 자기계발서류의 책으로 알고 읽기 시작한 사람에겐 다소 실망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솔직히 책을 다 읽고서는 이 책의 제목을 "서태후를 통해 본 중국 근대사"라든가, 단지 "서태후"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시아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서양제국주의의 침략이라는 외부의 위협과 근대국가로의 변모를 지향하는 내부의 움직임이 혼재했던 우리나라나 중국의 근대사의 서막은 혼란스럽고, 복잡하다. 역사책을 즐겨 읽는다고 자부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의 근대사에 대해선 각종 사건들과 인물들이 머리 속에서 짬봉이 되어버리곤 한다. 다양한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이 혼재했던 그 시기, 그 공간에 대한 혼란스러움 때문일까. 사건의 흐름을 대충은 파악은 하겠지만, 원인과 결과와 인물 간의 관련성 등은 늘 "왜?"라는 의문이 남지만, 대충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 마음에 든다.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약 50년을 권력을 쥐고 있었던 서태후와 그 주변인물들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봄으로써 중국사에 대한 지식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 책의 주요내용은 함풍제의 사(死,1861)후로부터 서태후의 사망(1908)년까지 서태후가 어떻게 청왕조의 정권을 장악했으며, 그녀는 어떤 성격의 인물이었는지, 그녀가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 그녀의 삶이 갖는 중국사에서의 의의는 무엇인가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해보자면, 함풍제의 사후 동치제, 광서제의 두 어린 황제를 연달아 즉위시키고, 황제가 어리다는 것을 이유로 수렴청정과 훈정을 했으며 그를 통해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했던 서태후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남자들보다(이런 표현엔 어폐가 있다만..) 훨씬 권력욕이 강했던 여인 서태후.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과 조카를 황제자리에 두고서도 오히려 그들을 폐인으로 몰고 간 장본인. 두 황제 뿐만 아니라 청왕조의 멸망을 재촉했던 그녀의 삐뚤어진 권력욕을 보며, 어떤 조직에서나(국가라면 더더욱 더) 지도자의 역량이 사회 발전 혹은 퇴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녀의 끊임없는 사치는 그 시기 평범한 중국인들이 겪었을 물질적 정신적 고통과 빈곤과 대비되기에 더욱 눈에 고깝게 보였다.

 

    죽음이 임박해서도 또 한번의 권력 장악을 위해 겨우 세살 된 부의를 황위에 앉힐 것을 결정한 그녀건만, 그녀의 생에 마지막 말은 그녀의 삶과 비교해 보아 아이러니의 걸작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대사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니 여성이 많이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p483)라니... 그러는 당신은 여자가 아니었던가..?  그런 말을 할 만큼 당신은 국가의 대사에 관여하지 않았던가..? 

 
   그간 이름만 알았지 실체를 몰랐던 서태후에 대하여, 그리고 그 즈음의 중국역사에 대해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고마운 책이다. 경영서 혹은 자기계발서보다는 중국근대사를 다룬 역사책으로 분류하는 쪽이 더 적절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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