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추악한 배신자들 - 조선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13인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에 부정적인 모습으로 기록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번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를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 대해서도 큰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견해이니 오해는 말았으면 좋겠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책에 대한 비난이 이렇게 쉬운 걸까..?  이 시리즈의 기획의도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승자의 역사,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인물들이 남긴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역사의 이면에 가려졌던 인물 혹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기억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역사라는 큰 틀의 퍼즐맞추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패배자]도, 이 책 [~배신자]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너무나 잦은 편집상의 오류, 문맥이 맞지 않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문장들, 그리고 잘못된 용어의 사용과 잘못 씌인 글자들 때문에 책읽는 재미가 확 줄어버렸다. 사실 내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역사분야의 책이기 때문에 더 까다롭게 더 꼼꼼히 읽으니 그런 오류들이 내 눈에 더 크게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하다. 나는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역사책을 즐겨 읽는 이유도 내가 잘 모르는 역사라는 큰 그림의 작은 부분이나마 알아가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통해 한두개 정도의 애교로 봐줄 만한 수준의 오류가 아니라 오류투성이인 책이라면 굳이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봐야할 의미가 없지 않을까..

 

    이 책의 오류 중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책173쪽에서 헌종의 사후 철종이 왕으로 즉위하기 전, 순원왕후와 그 남동생 김좌근의 대화를 재구성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은원군 밑에 다른 자식이 있었나요?"

     "그때 전계대원군이라고, 상계군의 동생이 하나 있긴 있었는데......"(p173)

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 말은 맞는 것 같지 않다. "대원군"이라는 호칭은 "조선시대에 왕위를 계승할 적자손()이나 형제가 없어 종친 중에서 왕위를 이어받을 때 신왕의 생부()를 호칭하던 말"(출처 : 네이버백과사전)이다. 즉, 자신은 왕이 아니지만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칭호가 "대원군"인데, 철종이 왕으로 즉위하기도 전에 전계군을 "전계대원군"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인명(人名)에 대해서도 잘못된 기재가 매우 많다. 김종서를 "김정서"(p25)로, 광해군을 "공해군"(p91)의 인조반정 설명 박스)으로, 연잉군을 "영잉군"(p139 경종 설명 박스)으로, 안동김씨를 "암동김씨"(p168)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런 예이고, 을사조약을 "울사조약"(p257의 한규설 설명박스), 아관파천의 시기를 1896년이 아니라 "1986년"(p240)으로 쓰고 있다. 그외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다양한 오류들. 글쓴이여, 편집자여! 책을 인쇄하기 전에 최소한의 교정을 보셨는가..? 안타깝다. 이렇게 좋은 주제와 기획의도로 이렇게 무성의하게 책을 만들다니.

 

   물론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역사이야기도 많다. 특히 세번째 주제 "조선을 역사에서 퇴장시킨 5인방"에서 다룬 을사늑약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5적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접해본 주제다. 을사오적으로 뭉쳐서 두루뭉실하게 언급한 책만 봐왔던 것 같은데, 각각의 인물에 대한 이력과 생애에 대한 소개는 무척 흥미로웠다.

   남의 눈에 티는 잘 보이고 내 눈의 들보는 보이지 않는 격일까..?  혹은 기대했던 책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까..?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아쉬웠다. 내가 모르던 것들을 여럿 알려주기도 한 고마운 책이기도 하지만 내용외적인 부분에 신경이 쓰여 내용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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