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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s 더 뉴스 -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쉐일라 코로넬 외 지음, 오귀환 옮김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08년 7월
평점 :
역사책은 일부러라도 챙겨 읽는 편이지만 시사(時事)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다. 인터넷뉴스를 보긴 하지만, 종이신문을 챙겨서 읽어본 적도 없고, tv뉴스를 잘 챙겨보는 편도 아니고, 그래서인지 시사(時事)에 어두운 편이다. 시사(時事) 역시 어느 정도의 세월이 지나면 역사(史)가 되기 마련인데, 지나간 일은 일부러라도 챙겨보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상의 일들에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건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내게 부족한 시사상식을 채우기 위해서 펼쳐든 책 [THE NEWS].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9"라는 부제에 관심이 갔다. 국내 뉴스조차에도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들은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9가지의 주제들은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관한 것, 네팔의 왕실 총기사건, 인도 보팔 독가스 사건, 오사마 빈 라덴, 폴 포트, 김일성, 팔레스타인의 정치문제, 태국의 군주정치에 대한 것, 인도네시아의 혼란한 정치에 관한 것 등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사건들 혹은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기술했다기보다는 9명의 기자가 그 사건 혹은 그 인물과 관련해서 과거에 어떻게 취재했으며, 어떻게 보도했었는지를 회고의 형식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그닥 멀지 않은 아시아권에서, 그것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혹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사건들임에도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리핀의 대통령 에스트라다. 그 이름은 한두번쯤 들어본 듯 한데, 시사상식이 이렇게 부족한 나조차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 보면 과히 긍정적인 인물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과연 그러했다. 정치"꾼"의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면모의 본보기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거에 선한 이미지의 배우였다는 그는 대통령직조차도 연기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조명 앞에선 선한 인상과, 서민적인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보였던 그가 조명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벌인 온갖 추악한 행위들을 보고 있자면.. 에스트라다 이전에도 필리핀 정치사정은 꽤나 어지러웠던 모양인데, 장기집권 아니면 독재 혹은 군인정치가들.. 어째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나라의 근현대사와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은 "친근"하기까지 했다.
2001년에 일어난 네팔 왕실의 총기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2001년이면 그닥 오래된 일도 아닌데 난 왜 이 사건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걸까.. 왕세자가 자신의 가족들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이 사건 역시 권력과 정치와 인간사에 관한 생각까지 곱씹어보게 했다. 태국에서는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국왕에 대한 비판금지와 캄보디아의 속시끄러운 정치상황 역시 그닥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오사마 빈 라덴과 폴 포트에 관해서는 좀더 객관적인 사실을 알기를 원했는데 책에서는 빈 라덴과 폴포트보다는 그들을 취재했던 기자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았던 점이 다소 아쉽다.
이 책에 소개된 9가지 주제들도 꽤나 흥미로웠지만, 이 책에는 그 사건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기자 개인에 관한 이야기며, 취재과정 등이 더 자세히 실려있다. "이런 '류'의 책들이 하나같이 기자 '정신'을 앞세우고 언론 '사명'을 말하지만 여전히 서구중심주의를 깔고 있"(p6)음이 "아시아의 눈으로 읽기에는 몹시 거슬"(p6)려 "이런 류"의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엮은이. 아.. 그러고 보니 "그랬었나?"싶다. 뉴스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매체가 공정하다거나 편파적이다는 것조차 제대로 분별할 줄 모르던 눈이 조금 뜨인 느낌이다. 바른 언론의 중요성, 올바른 언론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였달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만으로는 덜 만족스럽지만, 나의 좁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점이 매우 감사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몇 가지의 키워드에 대해선 스스로 찾아보고 좀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