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 인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장 프랑수아 칸 지음, 이상빈 옮김 / 이마고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상당히 불친절한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렇게 책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기보단, 이 책을 읽기 위한 준비로서의 배경상식이 일천한 스스로에 대해 먼저 불평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어려웠다. 500여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이 염려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굳이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책의 제목과 목차 때문이었다. "인류역사를 진전시킨" 이라는 문구에서 이 책을 통해 내겐 숙제와도 같은 "역사"에 대해 좀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 기대는 책의 목차 덕분에 부풀어졌었다. "프랑스혁명, 나폴레옹, 파리코민, 드레퓌스, 윈스턴 처칠, 노예제도, 민족해방, 전쟁, 사형, 봉건제도, 민족해방" 등의 단어로 채워진 30개의 소주제들을 통해, 그런 인물들 혹은 그 사건들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책에 대한 기대가 정말 컸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기를 원했던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듯이"라고 전제해버리고 있다.!! 프랑스, 조금더 넓게는 유럽 독자층만을 겨냥하고 글을 쓴 건지, 독자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듯이 생략해 버린 설명이 많아, 프랑스인도 유럽인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서양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축에 속하지도 못한 동양인인 내겐 다소 답답하고 불친절한, 그래서 글쓴이가 "독자를 배제한 과시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의 글쓴이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프랑스인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신념과 용기의 외침"인 "NO!"는 "인류역사"를 진전시켰다기보다는 유럽사 혹은 프랑스사를 진전시켰다고 보기에 적합할 사례들이 더 많다. 그래서 가끔은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알아둘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엽적인 내용도 있었다.(("지나치게 프랑스 독자들을 위해 씌어진 느낌이 강했던 일부 내용을 과감하게 손질하면서 번역이 제2의 창작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했다."(p18)고 옮긴이가 말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프랑스 대혁명과 드레퓌스사건과 빅토르위고와  잔다르크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아주 여러번에 걸쳐 불쑥불쑥 다루어지고 있다. 다소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기대했던 책은 사실 이 책의 끄트머리에 실린 약 8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부록과 같은 성격의 책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록에서는 ""노"라고 이야기한 또 다른 사람들"이란 주제로 140여명에 이르는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건에 대해, 왜 NO라고 말했는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데, 이 간략한 설명에 살과 뼈를 붙여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더라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쓴이의 광범위한 관심사와 지식의 방대함이 놀랍기도 했지만, 나 역시 그 관심사와 지식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펼쳐들었지만, 글쓴이가 자꾸 나 같이 무식한 독자층을 밀어내는 듯한 느낌 때문에 기가 죽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역사공부를 조금 더 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어보아야겠다는 다짐만 할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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