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솝우화 - 예기치 못한 '깨달음'이 숨어 있는
트이로프 지음, 김정우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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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 경위가 아주 특이한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트이로프". 오스트리아 빈에서 "명망 있는 정신분석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트이로프 박사. 정신분석가 트이로프. 트이로프. 트이로프.. 몇번을 되뇌여보다가 "정신분석"이란 낱말과 그의 이름이 연결되어 떠오른 것은 프로이트.. 프로이드와 트이로프.. 이름 참 특이하다 싶었는데, 그랬다. 그 이름이 특이했던 트이로프라는 이 작자(?)는  "상당한 명망을 얻고 있는 정신분석가로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가장 아낀 제자"(프롤로그 중) 였다고 뻥을 치고 다닌 사기꾼이었단다. 이 책의 출간에 관여한 로버트 짐러 교수는 그가 사기꾼임을 알고, 이 책의 출판을 보류하려 했지만 트이로프의 딸의 부탁으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조치했다나..

  

    처음으로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양장본에다, 익살스런 표지그림, 그리고 간간이 실려 있는 삽화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솔직히 말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린이들에겐(특히 내 조카에겐)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솝우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들이라, 어디까지가 이솝우화의 범주에 드는 것인지조차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아주 많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익숙하며,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온 재미있는 이야기 이솝우화. 그 앞에 "뜻밖의" 란 세 글자가 붙어있길래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글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각 이야기의 말미에 실린 별로 교훈적이지 않은 "교훈"들에 대한 거부감은 이솝우화를 비틀어 글로 풀어낸 사기꾼 "트이로프"라는 인물에 대한 반발감 같은 것 때문이려나..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너무나도 유명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를 트이로프가 비틀어낸 이야기는 이러하다. 어렸을 적의 정신적 쇼크 때문에 강박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양치기 소년. 늑대가 나타났다고 소리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 왔지만, 소년은 늑대들은 이미 다 도망 갔다고 어른들이 너무 늦게 달려왔다고 거짓말을 한단다. 그리고 정말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그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에게 달려오느라, 다른 양치기들의 고함소리는 무시해버렸고 그 결과 다른 곳의 피해는 엄청났다는... 그러고선 내린 결론적인 교훈은 "순진한 사람만이 미안한 감정을 느낄 여유가 있다."는 다소 엉뚱한 것이다.

 

   아직 심오한 "비꼼"  따위를 이해하기엔 내 역량이  부족한 모양인지, 이 책은 내가 감당해내기 힘들었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불편하기도 했다. 글쎄..  이솝우화나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사람은 나 하나 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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