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3 - 기록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역사 한국사傳 3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다른 분야보다 역사에 유독 관심이 가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은 제쳐두더라도 [역사스페셜]만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챙겨봤던 때가 있었다. 너무 좋았었다. [역사스페셜]은 그간 내가 "역사"라는 분야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느낌"을 완벽하게 깨버렸던 계기가 되었다.

     재미와 유익함을 함께 담은 매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미가 있으면 덜 유익하고, 유익한 것들은 재미가 덜하고.. 하지만 [역사스페셜]은 재미와 유익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해 주었던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본방은 물론 다시보기를 구입해서 인터넷에서도 두어번을 다시 보곤 했으니까 [역사스페셜]에서 다루었던 이야기들은 아직도 왠만큼은 기억이 난다.  역사스페셜 이후 [인물현대사] 역시 관심있게 봤었다. [역사스페셜] 전이었던가 [역사의 라이벌]이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봤던 기억도 나고.  하지만  [인물현대사] 이후로는 KBS의 역사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사가 TV보다는 책으로 옮겨졌기 때문인지, TV역사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한국사 傳]. 초반엔가 한두번 봤던 기억이 난다. [역사스페셜] 식의 프로그램에 너무 익숙해져있었던 탓인지, [한국사 傳]은 낯설었다. [역사스페셜]을 챙겨보던 때보단 내 생활이 더 바빠지고 여유없어졌다는 핑계가 그럴 듯 하기도 해서, TV와는 거의 담을 쌓다시피한터라, 챙겨서 볼 수 없었다. 음.. 그래도 그 프로그램이 책으로 나왔다니 구미가 당긴다. 그래서 읽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궁금해졌다. TV에서 다룬 이야기들인지, 혹은 TV와는 별개로 제작된 주제들에 대한 기술인지가.. [한국사 傳]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시보기를 살펴보니, 이 책 [한국사 傳] 3권에 실린 이야기들은 21회에서 30회까지 방송에서 다룬 주제들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총 열 가지. [한국사 傳]의 독특함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국사 傳>은 시스템 이야기인 기(紀)를 잠시 접어두고 리얼 휴먼스토리로 가득한 전(傳)에 주목하고자 했다."(p6). 3권에서는 총 열가지 주제 아홉 사람의 이야기다. 백제 무령왕과 발해 무왕 대무예와 역시 발해의 문왕 대흠무, 세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정희왕후, 허난설헌, 곽재우, 이벽, 정철, 세종대왕)들은 조선시대의 인물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인물들이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흥미로웠지만 특히 내가 주목했던 인물은 정희왕후와 허난설헌이라는 두 여성이었다. 먼저 정희왕후. 남자들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자"들에 의해 기록된 "남자"들의 정치판에 대한 역사에 익숙해져버린 탓인지, "정희왕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당장 어떤 인물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지 누구지...? 아. 세조의 왕후가 정희왕후였구나. 하고 만다. 남자들의 역사에 익숙해져버린 탓이라는 핑계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연상된다는 데에도 댈 수 있는 핑곗거리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너무 드세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거나 혹은 사극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와 같이 밤낮 "궁중음모"를 꾸며대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여성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정희왕후의 모습은 전혀 부정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자식들의 죽음, 세조의 인간적인 고뇌를 함게 짊어져야했던 정희왕후의 개인적인 삶은 불행했으리라. 하지만 정치적인 면에서 보여준 그녀의 애민정신과 분수를 지키는 올바른 처신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 역사에(사극에도) 이런 여성들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난설헌 허초희. 얼마전에 [난설헌, 나는 시인이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관심이 갔던 인물이다. "조선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김성립의 아내가 된" 세 가지 한을 가지고 요절했던 천재적인 여류 시인의 삶이 애달팠다. 그녀의 꺾여버린 날개가 안타까웠다. 그 외 발해의 문왕과 무왕, 그리고 의병장 곽재우에 관해서는 평소 잘 몰랐던 주제라 이 책을 통해 새롭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TV프로그램을 책으로 펴냈기 때문인지 사진 자료가 많이 실려있어,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TV에선 어떻게 다루었는지 모르겠지만) 깊이감이 덜했다는 것.

    나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프로그램인가.. 한국사傳의 책임프로듀서가 쓴 서문을 읽다보면 [한국사傳]은 이미 언론을 통해 "다큐멘터리계의 이효리"라는 등의 극찬을 받고 있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이 프로그램을 제 때 챙겨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작의도는 나한테만은 성공한 셈인가..? 이번 주말부터는 [한국사 傳]을 챙겨보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